작성자 : 신금석
작성일 : 2001/04/18 16:39
어제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같은 범인들한테도 가끔은 힘에 겨운 날들이 있다.
개구리 같은 미물들에게 장난삼아 돌던지는 철부지들 처럼
하잘것 없는 권력을 쥐고 검처럼 휘두르는 자들 때문에...
물론 약육강식이니 적자생존이니 하는 처절한 생존의 법칙이
진작부터 횡행하는 인간세상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삶을 지향했던 나로서는 아직도 차마
적응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
왜 이렇게 무겁게 서두를 시작했는지 궁금들 하시겠지.
내가 관리하고 있는 거래처 중에 농산물중도매법인들로 구성된
조합이 있는데, 그 조합장이 최근에 나이어린 친구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조합장이라는 타이틀이 쥐어지니까 나름대로
한껏 권위를 세워보고 싶었던지, 기존의 오년동안의 거래관계를
무시하고 새로 세무대리업체를 저가입찰에 붙이겠다는 거다.
물론 그 전에 다른 업체들은 자기한테 이런저런 리베이트를 준댔다고
은근짜를 흘리곤 했는데, 내가 일언지하에 거절 했거든.
그 이전의 조합장들한테도 아무런 리베이트를 준 적이 없으며
그런 뒷거래가 필요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해버렸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엔 노골적으로 조합원들 통째로 옮길 작정이란다.
그렇다고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나도 아니지만, 이제부터 적잖은
마음고생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T.T
어제 밤에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통해 최근의 정치적 핫이슈인
<대우자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무차별 폭력행사>의 현장을 보았다.
노조원들이 노조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은 정당하므로 이를 막아선
안된다는 법원의 판결문조차도, 법원보다 정권이 더 높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그 경찰책임자와 하수인들에 의해 철저히
유린 당하는 서글프게 처절한 현장이 담겨 있었다.
결국은 노동자의 땀과 피의 결정체인 수십조원의 비자금을 빼돌린
그룹총수는 잡는지 안잡는지 해외도피 중이고, 죄라면 피땀흘려
선진조국건설에 매진해온 것뿐인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미명아래
아무런 대책없이 차디찬 거리로 쫓겨나는 이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난 그저 분노와 무기력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싸워야 할 대상이 이렇게 많다. 그들은 이토록 강하고...
분명 전쟁터인 이세상에서, 난.. 과연 무엇을 무기 삼아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