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가까운 시간
원기와 함께 택시에 올랐다.
호주머니에 있는 돈
집히는대로 원기에게 쥐어주며
택시비 하라고 했다.
두번 정도 미약하게 저항하더니
이내 받아 넣는다.
뻥 뚫린 올림픽대로
평상시도 지금만 같으면 서울도 살만 하겠다 싶은데
옆에 앉은 원기가 전화를 받는다.
태형이다.
그 날 밤의 이벤트를 놓고 나름 추측해본 둘의 대화내용은
자기도 잃었는데 왜 너만 뽀찌 받아 토끼냐는 태형이의 항의에
온라인 송금해주는 것으로 수습하는 김원기의 대응이었다.
짐짓 모른 척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일도 아니란다.
놀고 있네.
어제는 2012년 신년회 겸, 대전에 있는 유태형이도 불러 올리고
1회 유형근선배, 김원기와 여의도에서 쏘주 한잔 했다.
여러가지 신상의 문제에 대해
덕담이 오가는 훈훈한 자리였다.
그런데, 쏘주가 문제였다.
한 잔 들어가면 어김 없이 불타오르는
주체 못할 투지...
대충 먹고
빨리 붙잔다.
돈내기에 취미없기는 여일이나,
분위기 안깨려 어쩔 수 없이 가주는 것도 일상사다.
그렇게 이루어진 새해 운수보기 스크린 매치인데
역시나 골프채 놓은지 한참이라
여의치 않다.
한 홀 건너 버디라는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홀이 지날수록 기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유형근선배 외에는
정작 빡시게 붙자던 넘들이
투지가 지나치게 불타올랐는지 한 줌의 재다.
중요한 따블판
아너 김원기의 티샷이 숲으로 사라진다.
24,000원 짜리 OB...
망연자실한 원기를 바라보는데
넘이 한 대 칠 것처럼 눈을 부라린다.
내가 쪼갰단다.
다시 중요한 따불판
좌절이 일상화된 김원기가 1.5미터 짜리 숏퍼팅을 놓치고
퍼터를 놓아버린다.
그 것만 해도 12,000원 짜리로
내가 사는 가리봉공단에선 세끼 식대다.
어쨌거나 또 다시 표정 들킬까
얼른 커피 뽑으러 나갔다.
그런 순간 순간의 조각들 다 모아 보니
결국 나는 모양좋게 본전...
새해 운수보기 스크린에서 얻은 나의 운수는
安分知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