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이다.
16강 진출 때문이라기 보다
잠을 푹 잔 탓이다.
어제는 만사 제쳐두고
집에 일찍 돌아가
자리에 누웠다.
눈 좀 붙이고
축구 볼 요량이었다.
그간 누적된 숙취 때문인지
단 잠을 자긴 했는데...
아차 싶어
거실로 뛰어 나가보니
이미 상황 끝.
마누라를 노려보니
그간 술 먹느라 고생이 심한 것 같아
안깨웠단다.
이런...
어쨌든 충분히 자둔게 남는 것이라
자위하며 참았다.
푹 자고나니
개운하긴 하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
우리 막내 넘은
멀리 KOEX까지 길거리 응원에 나갔다.
평소 집단히스테리 같은 난리부루스를
마뜩치 않게 봐온 나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허락인 셈이다.
거기에는
아빠처럼 고리타분한 인간이 되지 말라는
엄마의 부추김도 작용했고...
고리타분함...
지나온 인생 반추해보니
아닌게 아니라 핸디캡이긴 했다.
그런 복잡한 과정 거쳐 일단 허락은 했는데
이제 훌쩍 다 커버린 딸년
길거리에 방치한 듯한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
어제 종일토록
속으로 궁시렁거렸던 말...
이 넘의 축구
빨리 져버리기나 하지.
희망과 달리
고리타분한 아빠의 걱정은
어제 하루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