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급등?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착각 말라
[주장] 탄핵정국, 참여정부 '진정한 개혁' 계기돼야
조현철(hyunchulsj) 기자
먼저 개인적으로 이번 국회의 탄핵 의결에 반대한다는 것을 밝힌다. 노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내가 노무현 정권을 전반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가 제시한 탄핵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탄핵이 국회에서 발의, 의결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 상황에서, 탄핵 의결의 옳고 그름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드러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찬반 유무를 밝히는 것은 개인의 자유겠지만, 최종 판결을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헌법 절차에 충실한 것이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은 일부 언론의 문구들이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헌정 중단" 같은 표현 같은 것들을 들 수 있겠는데, 탄핵은 분명히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탄핵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쿠데타와 같은 초법적인 행위가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고 절차라는 점이다.
탄핵은 분명 일어나는 것보다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은 그런 경우이지만, 이런 경우를 상정하고 그 절차를 마련한 것은 탄핵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필요할 때는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그 정당함은 (대한민국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것이고, 특히 이를 주도한 정당들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그 대가를 합당하게 받을 것이다.
현재의 탄핵 정국에서 탄핵을 주도한 정당에 대한 비판은 봇물 터지듯이 나왔고, 또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급락하는 등, 이미 어느 정도 심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탄핵 정국에서 오히려 최대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탄핵 정국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사람들과 노무현 대통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지지도 상승은 현 정권에 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탄핵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한나라당,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 바로 전까지 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형편없는 지지율 등이 이를 말해준다. 탄핵이라는 변수 외에 이 참여정부가 자신의 힘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릴 만한 일을 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지도 상승 = 현 정권에 대한 찬성' 아니다
이 탄핵 정국에서 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심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일일 것이다. 탄핵의 잘잘못을 떠나, 도대체 탄핵이 현실이 되는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노 대통령은 탄핵의 빌미를 여러 차례 제공한 책임만은 면치 못할 것이다. 어찌됐든 이것을 기회로 자신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만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당리당략적인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노 대통령의 지난 1년을 살펴보면 "참여정부", "개혁"이라는 수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행보를 보여왔다고 평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물론 일정 영역에서 개혁을 이루었다는 것은 사실이다(예를 들면 검찰 독립 등).
그러나 권력을 둘러싼 부정부패는 지난 정권과 다름이 없음이 입증되었다. 노 대통령은 또 다시 액수의 다수를 가지고 도덕성의 높낮이를 가리려고 하지 말기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자의적인 도덕성의 잣대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내가 덜 받았으니까 난 2급수고, 상대방은 많이 받았으니까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4, 5급수라는 논리는 지극히 자의적, 편의적인 잣대다. 이런 논리를 관철시키려고 하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법이다.
둘째, 노 대통령은 지난 시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억눌리며 살아온 노동자, 농민들에게 다른 정권들과 얼마나 다른 정책을 펼쳤는가. 초기에 반짝하던 노동자와의 대화는 곧 사라졌고, 재벌들과 삼계탕집에서 담소하는 노 대통령의 사진이 신문을 장식했다. 초기에 굳어졌던 재벌들의 얼굴들에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계속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몰렸으며, 몇몇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항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라는 한심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아무도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손가락 끝이 조그만 불에 데더라도 뜨거워서 기겁을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 인간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서까지 말하지 않으면 안될 여전히 존재하는 열악한 이 노동 현실을 그는 왜 외면한 것인가? 아니면 그는 정말 "바보"인가?
참여정부 노동자, 농민 정책, 다른 정권과 다르지 않았다
농민들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해외에서 한 농민이 자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나 농업 대책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동북아 중심 국가, 2만달러 시대 등등 '구태의연'한 구호다. 이들을 제외하고서 어떻게, 누구를 상대를 '참여 정부'를 꾸려가겠다는 것인지 지극히 의문이다.
'네이스(NEIS)'로 대변되는 교육 정책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 역시 '효율'을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보다 중요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침해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렇게 집요하게 네이스라는 괴물을 도입하는 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지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다.
핵 폐기장 유치로 인해 벌어진 부안 사태는 또 어떠한가. 사태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아직 공식적인 마무리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렇게도 권위적, 밀실 행정, 밀어붙이기식인지. 도대체 "개혁"과 "참여"라는 말을 어디다 갖다 붙일 수 있는지. 어쩌면 한 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을 비롯한 그들은 여전히 개혁의 전도사이며 수행자임을 자임한다. 수구적인 정당들로 인해서 자신들이 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어떤 개혁을 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떤 개혁적인 정책을 수구적인 정당들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가? 재벌 개혁인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인가? 농업을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정책인가? 도대체 그들은 어떤 개혁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해를 받고 있는지, 밝힐 일이다.
대외적으로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어떤 외교적 원칙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과 (특히 미국과) 외교를 펼치고 있는가? 어떤 요소들을 개혁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가? 적어도 대선까지 노 후보는 이전 정권과는 다른 대미 자주외교를 표방했다. 정권을 잡고 나니, 대통령이 되고 나니,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려 하지 마라.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이 되면, 후보 시절과는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선 공약은 그것을 전제로, 그런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건은 대통령의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구현해 내는 것에 있지, 자신의 입장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구태의 옷으로 갈아입는 것에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 일년, 노 대통령의 대미 관계에서의 행적은 그를 지지한 소위 '개혁 지지층'에게는 대단히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고, 분노스러운 것이었으며, 반대로 미국의 부시 정권에게는 대단히 놀랍고, 만족스럽고, 대견스러운 그런 것이었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적어도 개혁 지지층 절대 다수가 반대한 파병을 노 대통령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대선에서는 그를 반대했을 계층의 사람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자신의 개혁 발걸음에 '딴지'를 건다는 한나라당에 힘입어, 그리고 오락가락하던 열린우리당의 지원으로 결국 "파병 결정"을 관철시켰다. 그것도,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면 가장 대규모로. 다시 한 번 물어볼 일다. 도대체, 어떤 개혁 정책을 수구적인 다수당의 반대로 이루어 내지 못했는가?
탄핵정국, 참여정부 '진정한 개혁' 계기 돼야
스페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라. 우리나라의 파병 규모는 스페인의 두 배 이상이다. 어떤 결과를 예상하는가? 여전히,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주장하지 말라. 우리의 생명과 평화가 중요하면, 남의 나라의 생명과 평화도 중요한 법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우리만의 안전과 평화를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파병은 우리나라를 항시적인 테러 가능국으로 만들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들이다.
이런 결과에 누가 도대체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생명 손실은 아무도 책임을 질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런 책임질 수 없는 결정을 한 정부는 '참여 정부'가 아니라 '무책임 정부'일 뿐이다.
탄핵 정국이 이런 모든 것을 가려줄 것이라 자신하지 말라. 이미 여러 번 증명이 되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미련하지 않다. 탄핵 정국에 대한 비판이, 곧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다.(물론, 이것을 기회로 반성을 통해서 거듭 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지만)
하여,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탄핵 국면을 이용해서 총선에 승리하는 데에 전념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을 분명히 할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참여정부가 제발 갈짓자의 국정 수행을 그만두고, 진정한 개혁의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
이런 이유로 나는 탄핵 반대 집회가 단순히 탄핵 반대에만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기회가 다시 한번, 우리나라에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고, 진정한 평화를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고 세계의 평화에도 적극 기여하는 그런 의미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제 탄핵 정국을 너머, 진정한 개혁과 평화를 이 자칭 "참여 정부"에 요구하고 외칠 일이다.
2004/03/17 오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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