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요 며칠새 마무리 일정들이 몇개 겹치면서
문서작성으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그랬다...
어제 아침도 그렇게 점심 무렵의 마감을 향해 헉헉거리는데...
마눌님이 울 아버지의 전화를 받는 모양이었다...
"저도 지금 서둘러 출근해야 하고...
아범도 밤샘 작업하고 지금도 일하고 있어서요..."
울 엄마가 호박죽 한솥 쑤어놓고...
뜨끈할 때 어서 가져가라고 하신 모양이다...
<Scene #2>
소위 대학입시에서 'in Seoul'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내 아들넘이
하나님이 보우하사 기적적으로 'in Seoul'했던게 벌써 작년이다...
1년 동안...무기력한 과거를 청산하고 개과천선이란게 뭔지를 보여줄까 싶었는데...
참으로 일관성있게 여전히 무기력한 한해를 허공에 날려보낸 아들이다...
그냥 지켜보는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오는 듯해서...
앉혀놓고 하나님 이야기 운운하며 타일러도 보고 훈계도 해봤다...
아무 생각없이 참 착한 아들이라는 것으로 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그리고...차라리 군대에 가라고 떼밀어서...이제 3월 17일이면 입대한다...
그동안 너무 방임하고 버려뒀던 탓에 잘못 가르쳤다 싶은 것들을
하나 둘 강요하다시피 바로잡아보는 시늉을 해보기도 하는 이즈음이다...
<Scene #3>
저녁에 아버지가 내게 전화를 하셨다...
내 핸펀번호 바뀌었다고 문자를 보내드렸더니...
무슨 문자를 보낸거냐고 직접 물어보신다...^^*
사실 그 내용은 처음부터 관심 밖이신 것 같고...
"요새 많이 바쁘냐...?" 정작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다...
"밤새고 일하면서 무리하지 마라..."
중년의 삶을 엉터리로 살아서 세월을 낭비한 아들...
이제 겨우 하나님 찾아가며 정신차려보는 척하는 아들인데...
그동안 허송한 세월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만회해야 할 아들인데...
겨우 이정도에도...울 아버지는...내게 "무리하지 말라"고 하신다...
울 아버지는 그런 아버지다...
<Scene #4>
내 아버지의 전화 한통 때문에 가슴이 찡한데...
전날 밤새우며 집에 안들어온 아들이 저녁에야 슬그머니 들어선다...
'아들, 아빠가 준 책은 읽고 있기나 한거냐?'
이렇게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려는 질타의 한문장을 힘들게 꿀꺽 삼켜버렸다...
내 아들의 아버지는...
내 아버지에 비해 너무너무 함량 미달이다...
내 아들이 안쓰럽다...
그렇다고 내 아버지를 빌려줄 수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