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으로 선거 모임이 아주 보람있게 끝났습니다. 관심을 갖고 먼
데서 오신 '나대용' 선배님, 그리고 '한상준' 선배님께 특히 감사 드립니다. 마치 초등학교 때
소풍이 끝난 것처럼 왠지 마음 한 켠이 허전합니다.
1. < 총선 번개 등산과 모임 > - 압축 표현.
새벽 4 시에 잠이 깨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읽고, 6 시 10 분, 범계 중학교 투표장
으로 갔다. 투표장에 가는데 '노사모' 열렬 회원인 집사람이 둘다 3 번 찍으면, 앞으로 내가
해달라는 거, 내 뜻대로 다 해 준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정당은 민노당을 찍으려 했고 공공
연히 마누라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어쩌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마누라의 마음
이 편해야 가정이 행복할 게 아닌가? 걍 거짓말을 하고 내 뜻대로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 결국 둘다 3 번을 찍었다.
한 시간쯤 눈을 더 붙이고 샤워를 한 다음, 인호와의 약속 장소인 안양유원지 주차장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한남정맥 '한득민'을 만났다. 득민이와 주차장에 도착하니, 최재식이 가장
먼저 와 있었다. 동대문 운동장에서 만 오천 원을 주고 샀다는 선글래스가 잘 어울렸다. 비
록 아래 옷은 운동복이었지만, 셔츠만은 하늘색 등산용 옷을 입고 있었다. 창동 집에서 두 시
간 가량 걸리는 인호가 조금 늦게 도착하자마자 등산을 시작했다.
점심 먹을 시간쯤 여자만 넷 온 팀을 만났다.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내가 시작했지
만, 이래저래 시범을 보여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박인호의 실력이 내 수준을 이미 너머서
기 시작했다. 그녀들과 앉아서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헤어지면서 '최재식' 이 안양의
벽산 나이트에서 인연 있으면 만나자고 했다. 폭탄들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하게
생긴 직장여성들이었다. 조금만 더 예뻤으면, 만날 시간도 정했을지 모른다. 어쨌든 즐거운
점심에, 그녀들이 준비한 양념 닭발 등으로 한 잔하는 기쁨을 누렸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산행을 했다. 8 봉을 넘는데, 지금까지 쉬운 산행이 없었지만, 그 코
스도 정말 힘들고 위험했다. 빨간 재킷을 입었고 다람쥐처럼 날쌔게 바위만을 찾아 혼자 등산
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박인호가 말벗하며 가다가 실족, 오른손 팔꿈치 찰과상을 입었다. 위
험한 바위산에서 잡념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ㅋㅋㅋ
여섯 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치고 1 차 장소인 '와라와라'로 약속 시간인 5 시에 정확하게 도
착했다. 상준이 형이 우리 넷에 이어 도착하고 나대용 선배님과, 나와 초, 중등, 대학교 까지
16 년 동창인 '오용흥' 도 왔다. 모두 13 명이 1 차에 모습을 보였다. 퓨전 음식점은 거의
90% 만족스러웠다. 거기서 저녁과 술을 적당히 마시고 2 차로 요찬이네 집으로 갔다. '승필'
이와 신임 회장 '송정순' 은 거기서 합류했다. 내기에서 지고, 행사의 주최측인 나는 3 차 장
소를 섭외한 다음, 요찬이네 집으로 향했다. 선, 후배가 膾와 다른 안주를 먹으며, 술잔을 돌
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요찬이는 넓어진 이마까지 빨갛게 되면서 연신 싱글벙글 미소
로 우리를 반겼다.
휴일날이라 3 차 장소 시간 때문에 나 혼자 먼저 나왔다. 일찍 먼저 나온 이유를 자세히 말
하기는 곤란하다. 약속 시간이 1 시간 30 분이 넘도록 그곳에 와야할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나혼자 그 많은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태어나서 그런 사치스런(?) 대접을 받은 건
처음이다. 결국 동기 2 명과 7 회 후배, 10 회 후배가 양주 세 병에 추가로 맥주 10 병까지 마시며,
새벽이 되도록 놀고 일행 중에 생맥주 한 잔하며 최종 결과 보자고 하는 바람에 또 생맥주
를 더 마셨다.
비록 내기에 지고 술 한 잔 샀지만, 등산에, 선, 후배 모임 등 뜻 깊은 만남이 있어서 너무 좋
았다. 내가 요찬이 집에서 나간 뒤에 채영돈 총동 회장님도 요찬이네 집에 합류했다고 한다.
그 형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자리를 통해 나도 선언한다. 이제부터는 조금 어두운 듯한 방에서의 '음주가무'는 대한
민국의 개혁 드라이브가 비교적 순탄하리라는 전망이 보이듯이 과감히 卒業을 맹세하는 바
이다. 클럽 ' 바나나' 에서의 휘날레는 잊지 못할 것이다. 웃음짓는 여인과 함께하는 내 인생
의 마지막 화려했던 음주가무이므로...
다음 부터는 생맥주, 또는 막걸리 놓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문화로 마무리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 친구들아! 나는 이제부터 절대 클럽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혹
내가 꼭지가 돌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려고 하거든 나 좀 말려다오. 그러나 지금의 내 의
지력으로는 말릴 일이 절대 없으리라 확신한다. 혈서라도 쓰고 싶은 맘이다.
2. <총선 번개 결산>
* 수입: 정회준(52.5),박인호(30),나대용(10),강요찬(5),최승필(1),최재식(0.5)총액 ==> 99 만원
* 지출: 와라와라(13) 2차(12) 3차(74) 총액 ==> 99 만원
※ 반성 :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1, 2차에 비해 동기 세 명, 후배 둘이 참석한 3 차에서 과다 지출했으나, 예약과 흥정을 통해 최대한 경제적으로 노력한 결과임.
※ 3 차는 각자 나누어 내기로 했으나, 후배들에게 청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며, '박인호' 군이 자원해서 30 만원을 냈으므로, 고통 분담의 차원( ^_^ )에서 최재식에게 10 만원을 청구할 예정임. 배팅하고 사정상 참가를 못한 이병솔(3), 김주동(2)은 내가 대신 대납한 것으로 하고 내게 술 한잔 살 기회를 제공하겠음. ㅋㅋㅋ
3. 마무리
이번 선거 번개를 통해 느낀 것은 우리 동문들의 농익은 '토론 문화'입니다. 토론을 하다보면
감정이 표출되고, 분위기가 험악해 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우리 '우신인' 은 온라인이나 오
프라인이나, 각자 다른 견해들을 갖고 있음에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기의 소신을 성
숙하게 개진해 나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온라인 토론보다, 술자리에서의 오프라
인 토론이 자칫 격해질 가능성이 많은데 성숙한 의식을 가진 우리 우신인은 오히려 오프라
인에서 더 화기애애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 번
개> 는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번 총선에서의 제 느낌은 우리 사회가 무척 성숙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극보수와 극
진보 모두 존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합니다.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같은 민족으로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없으면 이런 모습은 볼 수 없겠지요.
저는 앞으로 저의 신념을 견지하겠지만, "하느님은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사물을 만들지
않으신다." 는 어느 동화의 주제처럼, 듣기에 때로는 거슬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한없이
넓게 포용하는 자세로 살겠습니다. 마치 프리즘을 통한 태양의 색깔은 다양하지만 햇빛 자
체는 늘 생명의 상징이며, 따뜻함의 제공이듯이 말입니다. 그 동안 이번 번개에 성원해주시
고 직접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고마움의 뜻을 전합니다.
2004.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