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한북
제목 : “이런 사람은 일찍 죽는다.”
초(楚) 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내시에게 불사약(不死藥)을 주면서 왕에게 바치라고 하였습니다. 불사약을 받아 들고 궁궐을 지나갈 무렵 궁궐 수비병이 내시에게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물었는데 내시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것을 빼앗아 먹어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왕은 크게 노하면서 수비병을 죽이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자 수비병은 “불사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먼저 먹어 보았을 뿐”이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저를 죽이시면 그 약은 죽는 약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불사약을 준 그 자가 폐하를 속인 것이고, 저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수비병의 교묘한 대답에 결국 왕은 그를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한비자(韓非子)》〈설림(說林)〉상(上)과 《십*사략(十八史略)》 권2에 나오는 말입니다.
《십*사략》 권2에도 불사약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진(秦)나라 시황제 28년에 제(齊)나라 사람 서불(徐市) 등은 시황제의 명령대로 불사약(불로초)을 구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봉래, 방장, 영주, 삼신산 등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불사약을 구하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였다고 합니다. 위의 한비자의 글은 이 세상에 불사약은 절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내용입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한결같습니다.
새해 첫날 인터넷 문화일보에는 ‘장수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의학자들이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45세의 6,928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과 수명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7가지 장수하기 위한 건강한 습관을 찾아냈다”면서 “이러한 7가지 생활양식을 모두 지키는 사람들은 3가지 이하로 지키는 사람보다 평균 11년을 더 오래 살 수 있으며, 5가지를 지키는 사람보다는 5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일곱 가지의 건강 비법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루에 7~8시간은 잠을 자자 : 쾌면(快眠)이 그만큼 건강에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 매일 아침식사를 챙겨 먹자 : 아침 식사는 대뇌 활동을 자극하고 활성화하는데 중요하므로 밥이 아니더라도 우유나 주스, 과일 등을 섭취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3. 간식은 되도록 먹지 말자 : 자칫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4. 정상체중을 유지하자 : 1~2㎏의 체중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건강을 위해 그 이상이나 이하는 곤란하다.
5.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 1주일에 3회 이상 등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
6.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약간만 마시자 : 과음이나 폭음은 피해야 한다.
7. 담배를 피우지 말자.
사실 이 정도의 이야기는 상식이어서 더 이상 우리의 시선을 끌지 못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신 부처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경전을 찾아봤습니다.
부처님은 유교경(遺敎經)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몸을 절제하여 때에 맞추어 먹음으로써 깨끗하게 살아가야 한다.”
세 끼 식사를 함에 있어서 일찍 먹었다가 늦게 먹었다가 하지 말고 정해진 시각에 밥을 먹으라는 말씀입니다.
대아미타경(大阿彌陀經)에서는 “음식이 맛있어도 양(量)을 초과해서 먹어서는 안 되며, 오직 기력(氣力)을 도와 이롭게 하는 데 그쳐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과식을 하지 말고 적게 먹으라(小食)는 뜻입니다.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한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로이 월포드 박사입니다.
그는 외부와 차단된 지역에서 8명의 남녀가 스스로 먹을 것을 재배해서 생존에 필요한 양만 먹게 했습니다. 2년 뒤 그들은 체중이 줄고 신체 대사활동이 느려졌으며 체온도 1도 이상 떨어졌습니다. 거기다 혈압, 혈당치도 떨어지고 콜레스테롤치는 이상적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장수의 조건을 골고루 갖추게 된 것입니다.
소식을 다른 말로 하면 칼로리 섭취량을 줄인다는 말과 같습니다. 실험 결과 수명 연장을 위한 칼로리 섭취 축소는 그 한계가 50%로 나왔는데, 이는 평소 먹는 양의 절반은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동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칠처삼관경(七處三觀經)에서 “걷는 일에는 다섯 가지 미덕이 있다. 첫째는 달릴 수 있고, 둘째는 몸에 활력이 있고, 셋째는 졸음을 쫓을 수 있고, 넷째는 음식의 소화가 잘 되고, 다섯째는 선정(禪定)의 마음을 얻기 쉬움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수행자들이 수행에 몰두하느라고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 같은데, 다섯 번째에서는 운동해야 수행을 잘한다면서 운동을 권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불설칠처삼관경(佛說七處三觀經)에서 일찍 죽는 것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아홉 가지 인연으로 사람의 목숨이 다하지 아니했는데도 횡사하게 된다. 첫째는 음식을 알맞게 아니함이요, 둘째는 음식을 조절하지 아니함이요, 셋째는 음식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음이요, 넷째는 소화시키지 아니함이요, 다섯째는 대소변을 그때그때 보지 아니함이요, 여섯째는 계행을 지키지 아니함이요, 일곱째는 나쁜 지식을 가까이 함이요, 여덟째는 때 아닐 적에 마을에 들어가 법답지 않게 다님이요, 아홉째는 피할 데를 피하지 않음이다.”
의경(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계십니다.
“사람이 병들게 되는 데는 열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오래 앉아 눕지 않는 일이요, 둘째는 먹는 데 절제가 없는 일이요, 셋째는 근심하는 일이요, 넷째는 몹시 지치는 일이요, 다섯째는 애욕에 빠지는 일이요, 여섯째는 성내는 일이요, 일곱째는 대변을 참는 일이요, 여덟째는 소변을 참는 일이요, 아홉째는 내쉬는 숨을 참는 일이요, 열째는 들이쉬는 숨을 참는 일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토록 쉽게 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몰라서 건강을 잃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실천이지요. 부처님의 가르침이든, 아니면 ‘장수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든 그저 스쳐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흥사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셔서 건강한 한 해 보내시고 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대흥사에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대흥사 관음암 미소당에서 한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