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를 둔 동문들이 많기에 이 글을 쓰며, 많은 동문들에게 도음이 됐으면 하는 마
음 간절하다.
우리말을 가르치며 살아온 지 어언간 18년째다. 그 동안 몇 차례 교과서 개편이 있었지만,
내용이 비슷한 것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약간의 지루함과 따분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해마다 학생들이 바뀌고 학원이 아니므로 이런저런 삶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얘기하
는 재미로 살아간다. 하긴 비슷한 일을 반복하지 않는 직업은 드물다.
오랜 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니 학생들로부터, 때로는 학부모님로부터 “어떻게 하면 국어를
잘 하나요?” 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국어를 잘 한다는 말은 국어 점수
를 높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은 영어나, 수학은 그래도 어떻게 공부해야하고 문제를 많이 풀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가 많으나 국어 공부를 잘 하려면, 솔직히
국어 점수를 올리려면 너무나 막연하다고 불평한다.
그렇다. 국어는 영어 수학보다도 노력에 비례해 결과가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
로 말해 어릴 때 성적이 중, 고등학교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고등
학교에서 배우는 ‘고전’ 이라는 비교적 암기과목을 제외하고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국어 실력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향상되는 왕도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오
랜 가르침의 경험을 통해 시험공부하는 요령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싱거운 얘기라고 한 귀로 흘려듣고 말아도 좋다. 그러나 이 내용을 자녀들이 실천할 수 있
게 한다면 약간의 도움은 되리라 생각하고 정리해 본다.
첫째, 교과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교과서를 반복해서 많이 읽자.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뜻밖에 이 기본적인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 학
생들이 많다. 심지어 교과서는 시시하고, 어려운 책을 많이 읽어야 실력이 느는 것으로 착
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그런 식으로 실천했다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
다. 그러나 학교 시험을, 특히 눈앞에 닥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우선 교과서에 충실해
야 한다. 특히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야말로 인류의 수많은 고전 중에서 삶에 꼭 필요한
교양의 고갱이만을 가려 뽑은 것이다.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하고 공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수준을 높이는 것은 기초 공사 없이 건물을 짓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물론 국어는 암기과목이 아니다. 그러나 교과서의 어디쯤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를 알
정도로 국어 교과서에 익숙하다면 학습의 절반은 이루어진 셈이다. 심지어 좋은 문장은 암
기할 정도가 되면 작문 실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
둘째, 좋은 참고서나 문제집 한 권을 골라 반복해서 풀어본다.
학생들 중에는 교과서 내용을 등한시 하고 문제부터 풀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면 똑
같은 문제가 나오지 않는한 효과가 별로 없다. 교과서 내용에 익숙해진 다음에 문제를 풀어
보아야 응용력이 생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문제의 지문을 먼저 읽지 말고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신중히 따진 다음에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문제가 출제되었느냐에 의해 지문을 읽는 방법이 달라지고 따라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내용에 많이 익숙하다면 지문 읽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음은 물
론이다. 내가 훑어본 참고서나 문제집 중에 그래도 나은 것은 한샘 출판사의 ‘한샘 국어’가
백화점식으로 쓸데 없는 지식이 나열돼 있지 않아서 좋다. 학년에 맞게 비교적 꼭 필요한
내용만 있어서 상대적으로 괜찮다. 참고서와 문제집의 경우 절대 여러 권을 사용하지 말고
하위권 학생의 경우 문제집을 겸한 참고서 한 권, 상위권 학생의 경우, 기본 참고서에 문제
집 한 권이면 충분하다. 한 권을 반복해서 풀어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셋째, 틀린 문제는 꼭 해결하고야 만다.
문제를 풀어보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알거나 이해하고 있는 지식을 응용하고 적용하
기 위함이다. 그런데 하위권 학생의 경우 자기가 맞춘 문제에 동그라미를 크게 하고 틀린
문제는 표시도 작게 하고 답만 외우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지만,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을 알기 위함이다. 따라서 문제를
풀 때 모르거나 안다고 풀었는데 틀린 문제를 뚜렷하게 표시하고 반복해서 보아야 한다. 가
장 좋은 질문의 대상은 자기보다 조금 실력이 나은 친구이다. 눈높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묻
고 대답을 들어서 이해하기가 가장 만만하다. 물론 교사에게 질문할 용기가 있는 경우는 그
게 가장 좋은 방법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한 번 틀렸던 문제는 어
떤 이유가 있어도 다시 틀리지 않는 것이 성적 향상의 지름길이다. 틀렸던 문제는 반드시
그 이유를 깨달은 다음 반복해서 풀어서 완전할 때까지 공부하자. 그리고 틀렸던 문제는
국어시험 전날 한 번 더 훑어보는 걸 실천해야한다.
아까 이야기한 대로 국어의 경우 초등학교 때 실력이 고 3때까지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상당 부분 타고난 적성과 어릴 때의 독서 교육과 많은 상관 관계가 있다는 말이
다. 그러나 국어에 소질이 없다고 한탄하는 자녀를 둔 경우, 특히 중학생의 경우 내가 위에
서 열거한 세 가지 사실을 부모가 직접 계획성 있게 함께 하면서 학습해간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어리석은 경우는 국어 공부 싫어하는 아이를 학원이나 과외를 시켜서
문제의 정답을 달달 외게 시키는 것이다. ‘돈을 쓴 만큼 성적이 향상 되겠지’ 하는 심정으
로. 이 때에 투자된 돈과 시간은 신경 안정제의 역할 이상, 이하도 아니다.
아참, 마지막 한 가지, 나의 경우도 출제하다보면 30% 정도는 항상 비슷한 문제를 또 내게
된다. 전년도 문제를 참고 하지 않았는데도 결과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건 중요한 교과 내
용은 결국 반복해서 출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교 앞 문구점에서
지난 5년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출제했던 문제를 과목별로 엮어서 판매하고 있다. 가장
짧은 시간에 점수를 높이려면 기출문제를 반드시 풀어보고 시험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가장 좋은 국어실력 향상은 어릴 때부터 좋은 글을 비판적으로(생각을 하며) 많이 읽
고 직접 많이 써보는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닥친 시험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
가 열거한 위의 방법이 다소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이만 줄인다.
2005.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