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통킹만 사건 연상… 합조단 보고서 전부 공개해야”
· <한겨레> 인터뷰서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활동 한국이 방해”
·“당시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공격했다는 건 이해 안 돼”
(한겨레 / 권태호 / 2010-09-04)
지난 1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83)는 2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이 베트남전 확전의 계기가 됐던 ‘제2의 통킹만 사건’이 될 것을 우려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한국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아 객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레그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 러시아 조사단이 (어뢰 공격이 아닌, 기뢰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근거는?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은 잠정적인 것이다. 그들은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접근하지 못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가상실험도 못 했다.”
- 그렇다면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은 불확실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기뢰라는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
“(합조단 발표에 따르면) 천안함은 어뢰 발사로 인해 발생한 버블제트에 의해 단번에 두 동강 나 침몰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러시아는, 북한이 이런 수준의 고성능 무기 제작능력이 없고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 러시아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도움을 못 받았나?
“러시아는 원했던 자료에 접근할 수 없었고, 실험도 허용되지 않아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중국 조사단이 한국에 안 간 것도 이 때문이다.”
- 일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천안함 조사를 않는 이유에 대해 비공식 자리에서 ‘진실을 아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주에 2명의 중국 고위급 관계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러시아 쪽에서 한국에 가더라도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조사팀을 서울에 보낼 필요도 없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중국은 조언을 따랐다.”
- 당신도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공격이 아닌 사고라고 생각하나?
“모른다. 다만 당시 북한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고, 북-미 대화를 추진 중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천안함 침몰로 모든 상황을 스스로 뒤엎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 합조단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나?
“한국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객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한국 정부가) ‘합조단 보고서는 기밀이다. 우리는 이를 말할 수 없다’는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그 경우, 진실은 우리를 교묘히 피한다. 베트남전 확전의 계기가 됐던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연상시킨다.
한국 정부는 합조단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모두에게 공개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누구나 정확히 알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