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가 해를 보내는 마음을 처량하게 대변하는 것
같다. 오십이 넘은 마당에 청춘이 무슨 가당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리 까
칠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청춘이라는 것이 비단 몸뚱아리 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는 여러 글 속에서 이미 물리도록 봐 왔으니까…
2012년은 내가 증권업종에 2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올 만큼
힘든 해였던 것 같다. 과거에 힘들었다고 하면 주로 주식과 관련해서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입어 그런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한마디로 어려운 점포에서
어려운 환경을 겪은 탓이다.
작년 3월에 발령받아 온 강서지점은 과거에 한국투자신탁의 점포였던 만큼 주식의
직접투자 보다는 간접투자 상품과 다른 금융상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작년 유럽
경제의 쇠락과 더불어 투자된 상품들이 하나같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까닭에 수
익이 날리 만무했고 자연스레 부진 점포의 지점장이 되어 주말마다 특별회의 참석
하느라 약속도 제대로 잡기 힘들었다. 거기에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동료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도 했다.
작년은 증권 업종 자체가 어려운 해이기도 했다.
시장의 거래대금이 30% 이상 감소했고, 모바일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각종 수수료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 130여개 증권사 점포가 통폐합되었고 1200여명의 증권사
직원이 이직을 하거나 직장을 잃었다. 60여개 증권사 중 3분기(증권사는 대부분
3월 결산, 3분기는 12월말까지)까지 흑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단 두 곳 뿐이다.
올해도 증권 업종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지만 그것이 반드시 주식시장과 연관이
되진 않는다. 내친김에 잠시 새해 주식시장을 전망해 본다.
최근 일본과 같은 저성장의 늪에 한국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중국의 성장률이 대략 8%대 위로 가는가 아닌가가 우리나라의 산업 및 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유력한 중국통 전문가의 이야기다. 화학이나 정유 등
속칭 중국 관련 수혜 주들은 시진핑 호의 향방에 운명을 맡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환율이 1050원대로 떨어지면서 주가가 요동을 쳤다.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
산업에서 원화 강세는 말 그대로 쥐약이다. 장세를 주름잡던 자동차가 최근 조정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환율이다. 재정 절벽에 부딪친 미국, 경제 부흥을 외치는
일본의 아베 내각들이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환율이라 우리는 그 것에서 자유로
울 수 없고, 오르고 내리는 정도에 따라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그리이스나 스페인이 결국은 예고된
변화를 겪을 것이기에 그 시점이 되면 세계 증시는 다시 한번 몸살을 앓아야 할 것
으로 본다.
국내 경제도 보따리를 풀기 두려울 정도로 골치 아픈 것들이 많지만 새 정부의 현명한
대처에 믿음을 갖고 일단 젖혀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근 종합지수는 2000포인트 근방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 지수만 놓고 보자면 과거
최고치가 2230포인트이니 별 것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전자와
자동차 몇 종목을 제외하면 지수는 거의 1600선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만큼 그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이다. 여기서 갤럭시 3나 현대차 중국 공장을 떠들
어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전자와 자동차의 향방이 2013년 종합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주도주와 주도업종이 나타나 시장을 리드하게 되면 종합지수와 무관
하게 큰 수익을 내는 종목들이 나타난다. 종합지수와 무관하다는 것은 그 종목들이
자본금이 비교적 작은 중소형주일 때 종합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저PBR, 저PER 장세일 때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관련주 들은 수
십배 상승했다. 2000년대 초 코스닥의 상승은 오히려 거래소 대형주에 악영향을 끼
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올해 주식시장이 대내외적 악재로 지수상승이 크게 기대
되지 않는 반면 저금리 및 세제 개편 등의 이유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시장에서 보통 강세 흐름을 보이는 업종이
내수관련인 백화점이나 제약, 음식료, 화장품 혹은 여행 관련주 들이었다. 이미 움직임
을 보이고 있으나 주변 흐름과 관련하여 얼마든지 더 움직일 수 있는 업종들이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주 회사들이나 새 정부의 정책 관련주도 충분히 가능
성이 있다.
연초가 되면 증권사나 각종 기관에서 증시 전망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갑론을박 하지만
나는 특별히 신뢰하는 쪽이 없다. 어차피 맞으나 안 맞으나 책임도 없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오래 근무한 탓에 그나마 한가지
알고 있는 것은 항시 ‘블랙 스완’ 이라는 변수가 대기하고 있고 그 검은 백조의 크기에
따라 종합지수나 시장의 흐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대선 관련 주 라는 것들이 나타나 시장을 크게 교란시켰다. 아무개 관련 주라고
하면서 아무 근거도 없이 열 배 이상 오르기도 하고 거꾸로 폭락하기도 했다. 세력들의
장난으로 판명이 났지만 결국 피해자는 개미들이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친구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전망치의 결론이 무엇인지 짐작하리
라고 본다.
한마디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위 우량주라고 하는 것들이 예쁘게 상승하는
그런 시장이 올해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 종합지수의 큰 등락도 기대난이고, 단지
갈 곳 없는 돈들이 시장에 들어와 중소형 주나 특정 업종의 주식들을 수급으로 등락시킬
여지가 큰 까닭에 개미들은 경계경보가 울린 상황에서 돌다리를 두드리는 지혜가 덤으로
필요한 시장이라는 이야기다.
얼마 전에 지점에 신입 사원이 들어왔다. 어려운 취업 문을 뚫고 들어온 잘생긴 젊은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 증권회사는 조폭 회사다. 형님의 뜻에 잘 따르는 자는 살아남고 형님에 거역하는 자는
가차없이 칼침을 맞는다. 너도 앞으로 몸조심하기 바란다.’
너무 살벌하게 이야기 했나? 여기서 형님은 물론 주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