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달지 말라는 답글의 태클에도 불구
열화와 같은 강요된 답글에 감사드리며 후편 시작합니다.
나이가 드니 이런 글은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흥미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허리 아래로 느낌이 오는 글은 이제 마지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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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지 반나절 만에 skin to skin을 한다는 것은
둘 다 불같은 욕망을 가진 경우와
아니면 한쪽의 강열한 열망이 상대방의 불씨에 불을 붙이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두 사람 다 작은 불씨만 가지고 있다면 절대 타오를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며
정확히 말하면 사회가 합의하에 만든 윤리와 도덕에 지배되는 현대인의
집단 교리여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불씨만 간직한 채 평생을 산다.
우리의 경우도 둘 다 작은 불씨만 가지고 있었는데
술이 불씨에 불을 “확” 붙인 경우이며
소주 네 병이 쉽게 발화점에 도달하게 만든 것이다.
키스의 순간 우리는 차가운 익명의 세상에서 자기를 둘러싼 고독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섹스가 황홀한 까닭은 고독으로부터 친밀함까지 가장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여행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알랭드 보통이 말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우리의 움직임은 서로의 몸을 악기처럼 연주하고 있었다.
아다지오로 시작해 안단테를 거쳐 모데라토, 알레그로....
프레스토에 이르러 최고의
경지를 느끼고
다시 안단테로 시작......중간 중간에 스타카토를 섞어서 변화를 주기도 하고......
다만 내가 연주하는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단조롭게도 하나의 모음밖에 없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최고의 집중력으로 연주를 함에도 악기 소리는 높낮이와 강약이 다른 외마디의
음절만 별장의 고요함을 흔들고 있었다.
내 몸 속의 피의 흐름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한 군데 집중적으로 몰림을
느끼게 된다.
연주 중에도 방청객의 소리에는 민감하기 마련이다.
멀리서 승필이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것은
탕비실 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리다.
우리는 예술행위를 급히 멈추고 그제서야 떨어져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네 명이 bar에서 다시 술 한 잔 하려는데
예의 최 승필의 몽니가 시작된다.
집에 가야겠다는 것이다.....양평 골짜기에 이런 시간에 택시는 어디있고 어떻게 가냐고?
“망 할 놈”
나는 너무 피곤해서 어떻게 된지도 모르고 곧바로 소파에 누워
그대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승필이는 새벽에 콜택시를 불러 집에 갔다고 했다.
새소리와 물소리에 눈을 뜨니 늦은 아침
속이 엄청 쓰리고 갈증이 난다.
어제 일을 생각해보니 마치 꿈이었나 실제였나?
나비 꿈을 내가 꾼 건지 내가 나비가 된 건지 혼란스럽다.
승필이는 갔을 것 같고 나머지 두 사람은 어디 있나?
그런데 그 호접지몽의 와중에도 어제의 한마디는 기억에 뚜렷했다.
그녀가 옷을 벗고 잔다는 것....
내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려운 숙취 후의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그것이 궁금해졌다
정말로 벗고 잘까?
일단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난 후
사방을 둘러 보았으나 방이 너무 많아 찾을 수가 없었는데
복도 통로로 가보니 별채가 또 있었다.
살며시 문을 열어보니 침대에서 두 여자가 반듯이 이불을 덮고 같이 자고 있다.
다시 문을 닫았는데 정말 벗고 자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쪽팔림은 순간이고 호기심은 영원한 것....그래 까짓것 일단 벌여놓고
나중에 수습하자“
다시 문을 열고 침대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들킬까봐 숨도 안 쉬었다.
정말이지 이 순간이 내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인지 아니면 그녀가 나비인지 나방인지
호접몽인지 구운몽인지 뭔가에 단단히 홀린 기분이었다.
술 그렇게 먹고도 이불은 야무지게 덮고 잔다.
일단 무릎을 꿇어 침대와의 높이를 맞춘 다음
목 부분에 걸쳐진 이불 속으로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손을 넣었다.
봉긋한 그곳이 곧바로 닿으면서 내 손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분명히 윗도리는 안 입었다.
혹시 깰까봐 아주 더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움직일 때 마다 손끝에서 터치패널 마냥 발생된 정전기가 몸속 회로를 따라
뇌 속 깊이 도달하여 도파민을 펑펑 쏟아내게 만든다.
헉~~~~~피부의 느낌이 다한 곳에서 Bush가 느껴진다.
아랫도리도 확실히 안 입었다.
이때 그녀가 잠결의 몸부림인지 아니면 Wake를 한 건지 내 쪽으로 돌아 눞는다.
내가 touch to skin하기가 더 편한 자세가 되었다.
거기서 멈추었어야 되는데 발동 걸린 손모가지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내려간다.
그런데 이 여자 정말 자고 있는 것일까?
만약 안자고 있다면 그럼 뭔가?
정말 숨 막히는 순간이다.
여기서 멈추기는 정말 인간적으로나 동물적으로 봐서도
계속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결정이다.
Bush를 넘으니 몽돌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호접지몽의 "몽"이 몽돌해수욕장의 “몽”이었나보다
해변가의 수 많은 둥근 돌중에서 하나를 골라 정성껏 손끝으로 비비고, 스치고, 굴리고
했더니만 바다가 참기 어려운지 철~~썩 철~~~썩 파도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뱉어내고 있다......나도 파도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이 때 옆에서 자고 있던 언니가 인기척을 느꼈던지 “엄마야~~~~~”
하고 소리치면서 놀라서 일어난다.
사실 놀라기는 내가 더 놀랐지만
저~~~~~~빨리 일어나세요....너무 늦었어요
나는 몽돌을 느끼던
손이 금방 사람 흔들어 깨우는 손으로 바뀌며
부스스한 얼굴로 순진한 표정을 짓는다.
“일어나세요...벌써 해가 중천에 떴어요”
후배동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벌떡 일어나다가
상반신이 다 드러나는 바람에 기겁을 한다.
두 사람이 나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세 사람 모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 별장을 떠날 준비를 했다.
“망할 놈, 승필이만 있어서 한 사람만 맡아 주었으면........”
오는 길에 양평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고 우리 집까지 바래다 주겠단다.
차 속에서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찍으라고 했더니만 순순히 가르쳐 준다.
며칠이 지나 전화를 해보았으나 전화는 받지 않았고
그 대신 문자가 왔다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저는 누굴 좋아 할 수 없어요
그 날 즐거웠어요“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떨어진 꽃잎이 다시 가지로 돌아갈 수 없듯이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분명한 건 10년 전보다 훨씬 재미없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란 걸
내 몸이 여기저기서 말해준다.
지금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로 있었던 일인가 싶고
일찍 간 승필이 덕분에
거기까지가 우리의 인연이었고
오히려 지금 즐거운 기억으로 남겨둘 수 있어서
코딱지만한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주는 빌미를 주는지 모르겠다.
-끝-
에필로그)
레미제라블 영화에서 앤 헤서웨이가 불렀던 노래
<I dreamed a dream>
“그때 난 젊고 겁이 없었죠
꿈을 만들고 써버리고 낭비했어요
그래도 내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없었죠
모든 노래를 부르고 모든 술을 마셨죠
그렇지만 곤경은 한 밤중에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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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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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과 혼란스러웠던 젊은 시절의 호접지몽에서 깨어나
이제는 인생을 두 번째 살고 있는 듯이 살아야겠다.
그리고 지금도 통제 안되는 나의 생각과 행동은
첫 번째 인생에서 나를 망쳐 놓았던 바로 그것임을
명심하며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거의 많은 나의 것들을
반성하고 있다.....
후회가 아니라 반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