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2때였지. 원기와 나는 같은 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의 원기와 고2 때의 원기
는 많이 달랐다.
그는 까만 뿔테의 안경에 늘 ‘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끼고 사는 모범생이었다. 물
론 그때 원기 자신은 본인에게 위와 같은(호접지몽) 문학적 재능이 있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이상기와, 양정석, 장지수, 기타 몇 몇 친구들과 내가 전날 여학교 축제에 갔었던 사
건, 또는 영등포에서 여상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 - 여상 애들을 노린 건 인문계 여자
애들보다 꼬시기가 훨씬 쉽고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지.- 주로 '경복
여상' 학생들이 대상이었던 것 같다. 상기와 내가 친구들에게 빙 둘러싸여 그 무용담
을 침을 튀겨가며 자랑할 때도, 원기는 혼자서 묵묵히 ‘정석’과 ‘종합영어’만 보는 모
범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가 너무 후회스럽다. 범생이었던 원기를 영등포로 데려가서 시
간을 함께 보내면서 다녔더라면 그는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이 젊은날 특별한 경험을 했듯이 - 황석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글을
쓰기 위해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그 작품이(무기의 그늘)이다. 또한 헤밍웨이는 스페
인 내전에 참전해서 중상을 입었는데, 그 결과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수 있었다. -
그 때의 원기도 좀 남다른 경험이 있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다. 물론 학벌은 명
문대에 남들이 원하는 학과를 못 가고 그냥 그런 대학의 문학을 전공하는 학과를
갔겠지만, 결국 많은 날들을 여학생만 쫓다가 그렇게 된 나도 문학을 가르치며 밥은
먹고 사니 말이다.
아무튼 원기는 지금 증권가에 있다. 그것도 한국의 맨하튼이라 불리는 여의도 한복판
에 있다. 물론 그 일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고 상당한 실력과 명철한 두뇌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원기의 문학적 재능이 늘 아깝다. 마치 모차르
트의 천재성을 알고 있던 살리에르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증권회사에서의 근
무는 일정한 지적 능력과 지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학적 재능은 좀 특별
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약 35년 전, 원기가 각종 참고서 대신 문학 이론서를 보고, 보다 많은 문학 작
품을 섭렵했다면 그는 조앤롤링(해리포터 씨리즈)과 같은 상상력을 지닌 사람으로 성
장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한글로 된 해리포터 씨리즈가 - 물론 김원기
원작,- 영어로 번역이 되어 할리웃에서 영화로 탄생, 억만장자가 되는 김원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성공한 증권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원기의 창작 재
능이 너무 아깝다는 말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마광수, 이외수, 김진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의 작
가는 충분히 되었을 거라는 게 내 판단이다. 김원기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
르 베르베르’와 텔레비젼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문학적 상상력’에 대해 대담을 하
는 특집 방송을 보는 나, 아니 우리들의 기쁨? 상상만 해도 뿌듯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문학적 재능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훨씬 부족
한 내가 1년 반에 걸쳐서 ‘희비의 쌍곡선’을 1차로 탈고했듯이, 먼저 자전 소설부터
우리 홈피에 연재해 볼 것을 원기에게 강력히 권유하는 바이다.
학창 시절과 달라진 김원기가 자기의 경험에 30% 정도의 뻥튀기만 더하면 틀림없이
채 인쇄가 되지 못해서 주문이 밀리는 전대미문의 베스트 셀러가 되리라 확신하기 때
문이다.
제목은 내가 추천해 주마.
'내 007 가방에는 늘 작업복(?)이 있다.' '실적도 올리고, 작업도 하고.' '나는
도시의 외로운 작업맨' - 세 번째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도 하지? 제목이 맘에 안
들면 직접 지으면 되고....ㅋㅋㅋ
어쨌든,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김원기'의 베스트 셀러를 위하여 !!
2013.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