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마지막 날이라고 모인 자리에서 다들 말이 없는데 오일장 다니며 모자나 파는 이 집사는 장사는 마누라한테 맡겨두고 낚시로 소일하는데 제일 늦게 와서는 또 낚시얘기다. 조선족 일꾼들이 양식장 광어를 바다에 방류해버리고 떠나 몇 만 마리나 되는 광어 떼가 멀리 가지는 않고 끼니때마다 양식장 앞바다로 모여 릴낚시로 훌치면 빈 바늘에 몸통이 걸려 파닥거리며 끌려 나온단다. 저 앞에서 수달 부부는 수면에 척 누워서는 하모니카 불 듯 살을 훑는단다. 다들 시큰둥해서는 별 반응이 없자 그도 곧 시무룩해졌고, 이 귤은 채 익지도 않은 걸 따서 살충제를 뿌려둔 거라는 둥, 싸우고 있는 애들을 뚱하게 바라보며 권투글러브를 끼워주면 정말 재미있다는 둥, 내일 일 없으면 등산이나 가자는 둥 하는데 조선족들은 일제 때 간도로 떼밀려 가서 쌔가 빠지게 고생만 하다가 빈 몸으로 귀향했더니 고향 사람들은 동양척식회사 공장에 땅을 팔고 나가고 없어서 겨우 막노동 판에 뛰어들어 끼니를 때웠다는 한설야의 <과도기>에 나오는 농군들마냥 이 땅이 폐광처럼이나 삭막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