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두 명이 크고 난 이후 한 번도 껴안고 자본 적이 없었다.
엄마하고는 허구 한 날 안고 자면서 아버지가 달라 붙으면 기겁을 한다.
섭섭하지만 어떡하리......나도 남자가 달라 붙으면 싫은걸.
지난 주말에 1박 2일로 철원에 근무하는 큰아들 면회를 갔다.
2시간 반을 마누라가 운전하여 나는 조수석에서 강원도 여름 경치를 구경하며
황제 드라이브를 즐겼다. 마누라는 내가 운전하면 멀미를 한다고
항상 자기가 한다. 나야 좋지.
빡빡머리 이등병을 데리고 나와 미리 예약한 한탄강 옆 펜션에 짐을 풀고
오랜만에 가족 넷이 강가에서 빠가사리 매운탕에 소맥 폭탄주를 돌렸다.
아들들이 철이 들면서 덩달아 아버지인 나도 철이 들어 이제 제법 아버지
티가 나게 행동한다.
격려의 말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칭찬도 해주며
엄마를 치켜세워주고 잔일도 내가 솔선수범을 한다.
속으로“이 정도 아버지면 괜찮은 거지”스스로 만족 하면서 말이다.
저녁에 펜션 앞 뜰에서 목살 바비큐를 해서 먹고
방으로 들어와 각자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터졌다.
취침하기 전 갑자기 둘째 놈이 “앗~~~빠”하고 괴성을 지른다.
앗~~빠!!! 앗~~~~~빠!!!!!
항상 엄마만 찾다가 나를 다급하게 부르기에 순간 먼 일이 터졌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개, 개, 개~~~구~~~~리!!!!!!!!!
새끼 개구리 한 마리가 소파 밑에서 기어 나왔다.
우리 집 식구들이 유일하게 나를 찾을 때가 집에서 벌레 나왔을 때다.
그럴 때마다 의기양양하게 뜸도 들이면서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내 포지션을 확인하며 즐거워 했다.
그런데 손으로 개구리를 잡으려니 나도 몸이 움찔해졌고
비닐 봉지를 이용해 잡으려니 이놈이 거실 이리저리 죽기 살기로 도망간다.
아버지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지만 이놈의 개구락지가 지랄발광을 한다.
결국 쓰레기 대봉투를 이용해 잡아서 문밖으로 던져버렸다.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이불을 펴고 자는데 모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또 어디서 개구리가 튀어 나올지?
내가 불안해서 잠이 안왔으니 나머지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나?
그런데 다들 피곤해서 인지 30분 정도 후 엄마 옆에 붙어서 모두 잠이 들었다.
<아들-엄마-아들-----아버지>
.
.
한참이 흘렀다.
손등의 느낌이 이상하다.
살며시 눈을 뜨고 눈동자만 굴려보니 내 손위에 개구리가 앉아 있다.
나도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엄~~마~~~얏!!!!!!”소리를 질렀다.
순식간 개구리도 나만큼 놀랐는지 이불을 건너 뛰어 화장실 쪽으로 사라졌고
잠에서 깨어난 식구들 모두 공포분위기에 어쩔 줄을 모른다.
귀곡산장도 아니고 완전 개구리펜션이다.
둘째 놈은 이불을 돌돌 말아 소파에서 내려오지도 않는다.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다들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잠을 청했다
엄마 옆에 붙었던 두 아들이 양쪽에서 나한테 바짝 다가온다.
<엄마------아들-아빠-아들>
군발이 아저씨도 방에 있는 개구리는 무서운지 바짝 들러붙고
둘째 놈은 내 손을 잡는다.
어릴 때 이후로 아이들이 이렇게 나에게 안기는게 기억으로 처음인 것 같다.
아마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거칠거칠한 피부지만 느낌이 참 좋다.
개구리가 맺어준 스킨쉽이다.
밖에는 거칠게 비가 창문을 때리고
개구리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지만
양쪽에서 다리를 걸친 애들의 무게가 상당했지만
나는 무척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화장실로 도망친 개구락지 한테
완전 장년판 알퐁스도테의 "별"처럼
무지막지한 폭탄 별 두 개가 내려와 끈적끈적한 파편이 되어
나에게 붙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개구리가 없어도 나한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아버지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세 명이 엉킨 채로 나도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love is touch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아침에 주인한테 개구락지 이야기를 했더니만 미안하다며
3만원을 깍아주었다.
The Letterman -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