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다...
이건 아내가 축구하러 가는 내게 늘 하던 경고였다.
당신은 건강을 해치기 위해서 축구를 한다고 아내는 핀잔을 하곤 했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도 그랬다
내일 여행을 위해서 오늘은 축구 하지 말고 집에서 쉬다 가족끼리 쇼핑이나 가자고 했다.
그러나 내가 내 놓은 타협안은 딱 1게임만 하고 일찍 들어와 쇼핑을 같이 간다는 거였다.
그런데 사고는 딱 1게임만 하다 벌어졌다.
후배가 아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축구하면 플레이가 통제가 안되는 중학생 녀석이다.
차두리처럼 천방지축 뛰어 다니던 그 놈 무릎하고 내 허벅지가 부딪치고 말았다.
무릎하고 허벅지가 부딪치면 그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거기서 딱 멈췄어야 옳았다.
국가 대표 태극 전사도 아니면서 나는 투혼을 불사르며 뛰었다.
그러다 상대팀의 강 슛을 온 몸으로 막는 동작에서 그 공이 하필 그 허벅지에 맞은 것이다.
그냥 주저 앉고 말았다.
뒤늦게라도 거기서 멈췄어야 옳았다.
나는 작렬하는 태양속에서 가미가제의 정신으로 절뚝이면서 남은 경기를 마쳤다.
그래도 아내와의 약속은 지켰다는 뿌뜻함으로 정신무장을 하고 집에 와서 샤워를 마친 후 쇼핑을 가기 위해 초록색 반바지와 나시티를 입었다.
집을 나서려는 순간 허벅지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종아리에 숱하게 쥐가 나 보았지만 허벅지에 쥐가 나는 건 처음이었다.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근육이 뭉쳐 위로 꿀럭꿀럭 밀려 올라 오는데 겁이 덜컥 났다.
허벅지에 쥐가 나서 그게 목까지 밀려 올라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후배 녀석한테 들은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119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세란 병원으로 실려갔다.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다는 아내의 핀잔이 쏟아진다.
뼈가 부러지거나 신경이 끊어진게 아니어서 근육 이완제 주사와 링게르를 맞고 약을 먹고 나니 서서히 통증이 풀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움직이는데 통증이 심해 차에 타는데 애를 먹었지만 일단 차에 타서 자세를 잡으니깐 괜찮다.
나는 아내보고 나 신경쓰지 말고 딸들이랑 쇼핑을 가라고 했지만 그게 말이나 되냐면서 아내는 야단을 쳤다.
우리 가족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쇼핑을 좋아하는 딸들은 아쉬웠겠지만 아빠가 119에 실려가니 나를 걱정하며 위로를 한다.
아내만 유독 나보고 엄살이 심하다며 핀잔을 준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목발을 집고 보충 수업을 했고 아내와 딸들은 당일치기로 경기도 근교로 외식하고 쇼핑하러 나갔다.
택시를 타고 집에 일찍 들어 온 나는 어제 밤 늦도록 본 스위스와의 축구 재방송을 보았다.
지금도 나는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책도 들어서 갖다 주고 안부 인사를 묻는 등 따뜻한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나를 위해 핀잔을 하는 것이지 나를 무척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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