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신금석
작성일 : 2001/06/30 16:08
우리 가족은 결혼안식년(7년째) 기념일(6.4)에 즈음하여 미국 서부지역의
문화관광업계 시찰 목적으로 5.31 ~ 6.18 동안 벼르고 벼르던 최초(?)의
외유를 다녀왔다. (난 가방끈도 짧고 직업상 해외출장갈 일도 없다.)
비행시간만 10시간 넘게 걸려 날아간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 큰' 땅이었다.
동방의 작은 땅덩어리 위에서 비비적거리며 40 성상을 살아온 나로서는
말 그대로 우물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L.A.에서 가볍게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데가 차로 2시간쯤 걸리고...
겨우 한시간 그랜드캐년 구경하겠다고 장장 열시간 거리를 가야하는 그런
무지막지한 나라였다.
꿈에서도 그리던 요세미테를 처음 들어서면서 받은 느낌도 '웅장하다'
는 것이었다. Glacier Point(일종의 전망대)라는 데를 올라서면 그 공원의
절반 정도를 조망할 수 있는데, 족히 수백만평은 넘을 듯한 공원전체가
마치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두개를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Half Dome이고 다른 하나가 내가 늘 동경하던
Big Wall (또는 El Capitan) 이다. 직접 보니 세계의 Rock-Climber들이
왜 이 거대한 바위들을 동경하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요세미테공원은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정도로 절경이란 뜻이고, 따라서 사람들도 엄청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 곳을 사전예약 없이 도착 다음날 무턱대고 찾아갔으니 당근 (T.T)
묵을 곳이 없을 밖에. 하다 못해 캠핑장도 1주일 전에 이미 사전예약이
끝났더란다. 할 수 없이 30분 거리의 공원입구까지 다시 나와서야 운좋게
겨우 하나 남은 콘도를 빌릴 수 있었는데... (혹시 갈 계획이 있는 넘들은
여기서도 예약이 가능하다니까 참조 하도록.)
공원안에는 볼거리가 매우 많다. 대부분 빙하가 빚어낸 예술작품들로서
절로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생기게 하는 것들인데... 엄청난 바위와 호수,
수령이 족히 이, 삼천년 됐다는 거대한 세코이아나무 숲... 그리고 폭포들.
공원안에는 폭포가 한 6개 있는데 그 중에서 요세미테폭포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직낙하 700m 높이(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설이 있다)에다
수량이 가장 풍부한 철이라서, 마치 휘날리는 면사포를 슬로모션으로
보는 듯... 그 웅장함에 입이 떡 벌어지데. 생긴 건 꼭 토왕폭 비슷하다.
그 요세미테폭포를 지나 한 5분쯤 달리자 세계 제일의 거벽- 엘캐피탄
하단에 도착했다. 그 앞 너른 초지에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망원경으로
뭔가 열심히 보고들 있었다. 서서 고개들고 보기엔 너무 높은 1,100m의
직벽인데다, 그냥 육안으론 그 벽을 오르는 클라이머가 보이지 않으니
망원경의 도움을 빌릴 수 밖에... 난다 긴다 하는 실력의 클라이머라도
완등하는데 3일 정도 걸린다 하니 우리가 지켜본 1시간여 동안은 그들이
마치 벽과 동화된 듯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 같았다.
운좋게 한국 원정팀을 만나서 낑겨만 준다면 조금이라도 붙어보겠다고
개인장비를 다 가져갔는데...(웃지 마라)...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 - ;;
그렇다고 그냥 구경만 하다 오기는 너무 억울하고 해서, 돌도 안된 우리
딸내미를 들쳐 업고 한 이십여분 가시덤불 헤쳐가서, 그 거벽 밑둥이를
직접 만져보고 부스러기 돌덩이 몇개 주워오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너무 늙으면 안되니까... 우리 4회 등산반 열심히 체력단련, 기술연마해서
늦어도 한 5년내에 이 엘캐피탄 도전해보면 어떨까? 근식아, 인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