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겠지~~~ 따듯한 내용의 기사다...
네이버에 연결된 사진은 액박이네...
아르빌의 아이들
[아르빌을 가다] 현지주민들 “고마워요 코리아”
이라크 쿠르드족에게는 ‘산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엔 오랜 세월동안 외세의
공격과 핍박에 시달리면서 산에 군대가 주둔해 그나마 방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생긴 슬픈 역사가
녹아있다.
그런 쿠르드족에게 산 외에 또 하나의 친구가 생겼다. 오는 22일로 이라크 아르빌 지역 현지 전개
2주년을 맞는 자이툰 부대를 그들은 스스럼없이 친구라 부르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우리는 군인을 살인과 파괴의 존재로만 인식해 왔었는데 한국군은 전혀 다른 모습
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랑과 진실로 우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노력해 주었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
를 존중해 주었습니다.”(후세인 아지즈-아르빌 하사로크 초등학교 교장)
마른 풀과 모래로 뒤덮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 오랜 탄압과 전쟁, 흙먼지만 날리는 그 곳에서
자이툰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벤프레즈 마을에서 열린 축제에서 자이툰 부대원들과 주민들이 어우러져 아르빌 민속 춤인 '쵸피댄
스'를 추고 있다.
자이툰이 사막에 뿌린 희망의 씨앗들
연일 들려오는 바그다드의 테러 소식과는 달리 아르빌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곳곳에 쿠르드 민병대
인 제르바니가 검문과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취재 차량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쿠르드인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아르빌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르빌 여성 1인당 출산율이 5명을 넘는다고 하니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우리로서는 부럽다고 해야 할까. 자이툰 부대의 1차적인 목적은 현지
치안 유지다. 재건은 물론이고 부대 자체 안전을 위해서도 치안 유지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
이다.
자이툰 부대는 지속적인 치안 유지를 위해 현지 군과 경찰의 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자이툰은
지난 2년동안 쿠르드 민병대와 경찰에게 치안 교육을 시키고 경호대대 막사와 경찰서, 사격장 등
치안 시설들을 신축했다. 자이툰이 언제까지나 주둔하면서 치안을 담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
에 쿠르드 정부 스스로의 치안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 황중선 사단장은 “자이툰이 들어오기 이전 이 곳 제르바니와 경찰의 능력이 60점이었
다면 지금은 90점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자이툰 부대원과 아르빌 어린이의 모습
아르빌은 가장 안전한 지역… 이주 늘어 땅값도 오름세
현재 아르빌 지역은 지난해 6월 이후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이라크 내 가장 안전한 지역으
로 정착돼 가고 있다. 또 이라크 각지의 의사들 8,000여 명이 안전을 이유로 아르빌 지역으로 이주
했으며, 최근에는 이라크 국회의장도 가족들을 아르빌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덩
달아 아르빌의 땅값도 오름세다.
아르빌 지역은 거대한 공사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곳곳에서 건설 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분
양가가 2억 원에서 최고 20억 원에 이른다는 대규모 고급 주택단지 ‘드림시티’가 건설되고 있다.
또 우리의 서울랜드보다 넓은 면적의 ‘미나렛(빛을 가둔다는 뜻) 공원’이 시내 한 복판에 조성되고
있었다.
아르빌 지역은 이라크 재건 개발의 선두에 서 있는 만큼 쿠르드 자치정부로서는 치안과 안전에 공
을 들일 수밖에 없다. 테러는 어렵게 유치한 해외 투자와 개발 사업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는 이같은 안전의 기반 위에 쿠르드족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재건 사업에 역점
을 두고 있다. 황무지에 도로를 내고 상ㆍ하수도를 설치하며 마을회관, 급수장을 새로 만들어 줬다.
오폐수로 가득찬 늪지대에 흙을 채워 운동장과 놀이터로 바꿔 놓았으며, 어린이들에게는 동요와 율
동, 태권도를 가르쳤다.
아르빌의 벤프레즈 마을에서는 자이툰 재건 지원의 성공적 완료를 축하하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한
국 전통 농악과 태권도, 의장대 시범에 이어 아르빌 민속 춤인 ‘쵸피댄스’ 시간에는 자이툰 부대원
들과 마을 주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마을 이장 하탐 하산(37)씨는 “자이툰 부대가 다리를 놔 줘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가 연결된 게
가장 기쁘다”며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계속적으로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무
대에서 상처가 난 다리를 치료받던 캐림(55)씨는 자이툰 부대가 들어오기 전에는 ‘코리아’의 존재
조차 알지 못했으나 이제 “한국은 우리 일을 많이 도와주는 고마운 나라”라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원들의 태권도 시범 장면
자이툰 부대원이 한 어린이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 주고 있다.
“한국은 우리 일을 많이 도와주는 고마운 나라”
자이툰 부대의 재건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외국 군과 후세인 정권에 의
한 탄압 때문인지 자이툰 부대의 재건 활동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땀은 정
직했다. 여름철이면 무려 50도가 넘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자이툰 부
대원들을 보면서 현지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지난 6월 아르빌로 온 조정완 상병(22)은 한여름 내내 재건 활동을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잊
을 수 없는 감동도 느꼈다고 한다.
“한 마을에서 배수로 공사를 하는데 현지인들은 구경만 했습니다. 재건 사업이란 게 현지인들과 같
이 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민들이 오더니 중장비 공사만 해 달라고 하더군요.
다음날 현장에 가 보니 주민들이 정말 손으로 시멘트를 바르며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애들까지 나서서 말입니다. 그동안 흘린 땀이 전혀 아깝지 않은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어우러진 현지 주민들과 자이툰 부대원들은 ‘보디랭귀지’로, 때론 서로의 말을 가르쳐 주며
친구가 되어갔다.
다른 동맹국들의 모범사례… 럼즈펠드 국방도 “벤치마킹 하라”
자이툰 부대의 민사 재건활동은 여느 동맹국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동티모르 파병 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군의 민사활동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이뤄지고 있다. 짚차를 타고 가면서 초콜릿과 사탕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들의 두
손을 모으게 해 구호품을 건네주는 식이다.
다른 동맹국들은 저항세력 소탕과 치안 못지 않게 현지인들에 대한 진정어린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
을 자이툰 부대를 통해 다시금 깨닫고 있다. 미국의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
에 한국군이 벌이고 있는 민사작전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좋은 예다.
자이툰 부대는 최근 민사작전의 세계적 교리 교범이 될 만한 민사작전 핸드북을 제작해 곧 동맹국
에 배부할 예정이다. 황 사단장은 “민사작전을 실제로 시행하기 위한 절차나 계획 수립, 성공 요인
등에 대해 동맹군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동맹군들은 핸드북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의 활동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기술교육센터와 자이툰 병원. 지난해 2월 개원한 기술
교육센터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아르빌 지역에 고급 인력을 공급하는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 수료생은 쿠르드 정부 총리가 취업을 보장하기 때문에 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3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할 정도다. 아르빌에서 자이툰 기술교육센터는 취업보증수표로 통한다.
자이툰 기술교육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현지인들
자이툰 기술교육센터에서 중차량 운전면허를 딴 여성들
센터는 컴퓨터, 자동차 정비, 농기계 수리, 특수차량 운전, 제빵 등 7개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8
주 간의 교육을 수료한 인원은 현재까지 917명에 달한다. 특히 7명의 여성 교육생들이 중차량 운
전면허를 취득해 취업하는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 열악한 여성의 사회진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
다.
센터에서 제빵 교육을 수료하고 현재 조교로 있는 세이란 살라바케르(20·여)씨는 “다른 곳에도 제
빵 교육을 하는 곳이 있지만 자이툰 센터에서는 보다 서구적이고 장식이 아름다운 수준높은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며 여성 제빵사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세이란 살라바케르(20)씨가 자신이 만든 쿠키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자이툰 병원은 2004년 11월 개원한 이래 무려 4만 3,000명의 현지인 환자를 치료해
줬다. 매일 150명의 환자를 진료한 것이다. 자이툰 병원의 높은 의료기술은 아르빌 뿐 아니라 자동
차로 3~4시간 거리의 인근 다훅이나 술래마니아 주 등까지 입소문이 퍼지면져 환자들이 줄을 잇
고 있다. 그 중에는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대통령의 형수와 며느리도 포함돼 있다.
아르빌 현지의 의료수준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자이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사연은 안타까운 게 많
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메르(40)씨는 지금껏 목발을 짚고 살아왔
지만 자이툰 병원에서 인대 재건 수술을 받으면서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하게 됐다. 제대로된 치료
만 받았더라면 겪지 않았을 불구 생활을 해 온 셈이다.
아예 잃을 뻔 했던 왼쪽 눈을 되찾은 헬린(5)양
자이툰 병원 이해설 의무대대장이 사시 교정 수술을 받은 어린이를 안고 있다.
자이툰이 아니었다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뻔 했던 사람들
교통사고로 왼쪽 눈을 다친 5살의 헬린 양은 자이툰 병원 입원 시 왼쪽 눈이 거의 닫혀진 상태였다
고 한다.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데도 현지 병원에서 꿰매버린 것이다. 헬린 양은 자칫 장애를 안고
살아갈 뻔 했던 위기를 넘기고 현재 회복 중이다
자이툰 병원에서 다리 수술을 받은 루낙(32·여)씨는 “다른 병원에는 전문의도 없고 ‘수술을 해 봐야
알겠다’는 불안한 진료를 하는 데 비해 자이툰 병원은 환자에게 확신을 준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4개월째 자이툰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찬희(29·여) 대위는 “오랜 기간 전쟁과 핍박으로 어두
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밝고 순수한 쿠르드족들의 모습에 놀랬다”며 “어린 환자들로부
터 한국말로 ‘사랑한다’며 뽀뽀를 받을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쿠르드 자치정부의 무함마드 까디르 코쉬나우 보건부장관은 서신을 통해 “자이툰 병원이 아르빌과
술래마니아의 수 많은 생명을 살려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르빌의 아이들
아르빌 시내에 조성되고 있는 미나렛 공원의 호수.
군대라고 하면 흔히 전쟁과 살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라크 자이툰 부대는 ‘사람을 살리는 군대’로
활동하고 있었다. 지구상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낙후지역이 있지만 치안이 확보되
지 않은 위험지역에서의 재건에는 군이 필요하다.
자이툰 부대를 놓고 다양한 시각과 견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라크 아르빌
주민들은 사막의 갈증만큼이나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으며, 자이툰 부대는 그들
에게 오아시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브리핑] 이라크 아르빌=박철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