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13년 동안 다닌 회사를 4월 말일부로 그만두었다.
나의 마지막 직장으로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했지만 세상은 내 마음같지 만은 않은것 같다. 나보다 13살 많은 사장과 한판 크게 붙고는 모든 미련을 접었다. 그리고 사직서를 냈고 나를 끔찍히 생각하고 있었던 회장도 어쩔 수 없이 나의 사직을 처리할수 밖에 없었다. 사장과의 너무 깊어진 골에 회장도 어쩔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사장은 회장의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기도 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첫날은 마치 새장을 빠져나온 새처럼 너무 즐거웠고 세상이 다 내 것 같았고 무슨 사업을 하든지 크게 성공할것 같은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즐거움은 걱정으로 바뀌었고 50이 넘는 이 나이에 과연 쉽게 새로운 사업을 할수 있을지 그리고 만일에 안되면 난 뭐하고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과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하였다.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도 안하고 덜컥 사표를 낸 나의 무모함에 깊은 후회도 했었다. 깊은 내막을 모르는 철없는 아내는 사표 내기를 잘했고 내사업으로 돈버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뿐...
하지만 바로 며칠 뒤로부터는 상황이 반전이 되기 시작했다. 그간 함께 일해왔던 여러 서양 바이어들이 나에게 여러가지 제안을 하기시작했고 난 그중에 가장 우리에게 큰 바이어였었고 미국내에서도 가장 알아주는 Lenox 업체로부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 주거주지를 두지만 Lenox 라는 미국 최고의 Tabletop 업체의 Sourcing Director로 일하기로 하는 것이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의 공장를 관리하고 오더를 주고 출하를 관리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즉 지금까지는 오더를 받는 "을"의 입장에서 이제는 오더를 주는 "갑"의 입장으로 반전한 셈이다. Sourcing Director라는 직책은 회사내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중 하나이고 당연히 미국인 이외의 외부 인사가 맡아본 적이 없는 핵심의 역할이다. 회사내에서도 가장 Volume 이 큰 주 수입원인 것이다.
지금 미국 Lenox 본사에서 업무 인수 및 교육을 받기 위해 와 있고 이번 토요일이면 다 마치고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간다. 이제는 을이 아닌 갑의 입장으로 돌아간다. 바로 6월부터는 중국을 포함함 아시아 모든 국가를 내 집 드나들듯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출장이나 업무 관련 비용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상한선이 없을 정도로 아끼지 않은 서양회사의 융통성있는 기업문화가 마음에 든다.
정말 열심히 해서 역시 한국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의 마지막 직장생할을 후회없이 장식해 볼란다. 우리 동창들의 후원과 마음의 응원을 부탁한다
미국 Pennsylvania Lenox 본사에서
심 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