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군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소간 뻥을 치게 된다
그래야 이야기를 할 때 뽀다구도 나고 누군가 오우~ 하며 놀라는 기색이 보이면
어깨가 으쓱거려지는 소아병적인 소영웅주의가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후배 교사들하고 술을 마시다 그 놈의 군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리얼리즘에 입각해서 사실적으로 말하는 편인데
후배 교사들이 도통 내 이야기를 믿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내가 이경(나는 육균가서 전투 경찰로 착출되었다)시절, 신문에도 나왔던 무시무시한 절도범을 검거 했다고 하니깐, 다들 웃음띤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형이 절도범을 점거했다면 자기는 간첩을 잡았노라거나, 검거 현장에서 있었던 거 가지고 왜 형이 잡은 것처럼 그러느냐 하면서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였다.
내가 수경 시절 때(84년 유화국면) 데모 무지많았는데 그당시 내가 중대 전체 앞에서 진두 지휘 했다고 하니깐 역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자기도 그 때 데모했는데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둥, 왜 일개 수경이 지휘하느냐 그건 기동대장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반론을 펼치었다
나는 실증적으로 근거를 대기 위하여 중대를 '설대 대형'으로 만들어 밀고 들어갔다 라고 이야기 하려는데 순간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학익진 대형'으로 밀고 들어 갔다라고 말해 버렸다
'학익진??' 후배들의 생경한 침묵이 흐른 후 일제히 폭소가 터진 건 불과 2, 3초 안 되는 짧은 순간 후 였다.'학익진이요? 그거 이순신 장군이 한 건데... 심하네여.... 아무리 뻥을 쳐도 그렇지.. 학익진이라뇨?'
내가 무슨 말을 해도'학익진'이라는 그 한마디에 수습이 안되었다.
그 후 나는 군대 생활에 관한 한 믿을 게 없는 선배 교사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며칠전 어머니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어머니가 고스란히 학창시절 내가 받은 상장들을 모아둔 상자를 발견했는데 거기서 나는 절도범 점거 '표창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 표창장을 학교로 가지고 가서 후베 교사들을 하나 하나 불러 그 상장을 득의 양양하게 보여 주었다. 나의 입술은 거만하게 삐죽히 앞으로 나왔고, 후배 교사들의 입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그 상장을 본 묘령의 예쁜 처녀 선생님이 한 마디 던진다.
"선생님... 젊었을 때도 그렇게 정의로우셨나봐요!!"
접미사 ...'도'와 정의라는 단어가 환한 햇살처럼 내 이마를 비추었다....
*표창장은 첨부 파일 사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