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안드로메다에서 이상한 수신음이 들려 오기 시작했다.
위잉~ 소리만 단조롭게 지속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내가 해독할 수 없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지구에 위기가 온 것일까...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이러한 증상은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4월 초에 가끔 나타난다.
학교는 3월이 정말 바쁘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새로운 계획들을 하나 하나 시작해 나가고
교육청에서는 어김없이 새로운 공문이 쏟아진다.
올해는 특히 토요 휴무가 되면서 토요학교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난리다.
우리 학교는 문예체 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축구 교실, 연극 교실, 보컬 교실을 열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나는 배화 FC 축구부 감독이고 동시에 연극반 지도 교사이다.
게다가 토요 자기 주도학습과 체험학습에 관한 일도 몽땅 창의적 체험부장인 내 몫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토요일 마다 학교에 출근을 해서 토요 특강도 하고 축구부 아이들 지도도 하고
연극반도 들러보고 오후에는 체험학습하는 학생들도 관리한다.
그렇게 바쁘게 보내는 와중에도 나는 4월 총선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매일 매일 관련기사를 보고 또 보며 나는 세상이 바뀌는 상상을 곧잘 했었다.
진보 정당이 의회 교섭 단체를 마련하거나 캐스팅 보드를 쥘 줄 알았다.
그렇게 의회 권력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줄 알았다.
내가 학교 현장에서 늘 새롭게 새로운 세상을 꿈 꾸듯이...
총선 날이었다.
기호 1번을 지지하는 조기 축구회 친구와 막걸리를 한 잔 하고 있는데,
우연히 2회 선배와 둘이서 막거리를 5통이나 마신 구식이를 만났다.
등산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지만 투표율이 저조하다며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이었다.
우리는 의기투합, 아니 주기투합하여 합석을 해 버렸다.
나는 1번과 4번이 만나 덕담을 주고 받으며 이렇게 기분좋게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나는 그 날 어디까지 달렸는지 도통 기억이 없다.
시청으로 오라던 구식이의 전화 통화만 흐릿하게 남아있다.
낮 술에 그대로 뻗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의 결과 앞에 또 다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이 취기에 자위를 했다.
이렇게 라도 스스로를 위로 –자위- 하고 싶었던 거다.
나는 세상일을 잊고 싶어 주말 조기 축구에 몰입했다.
평소보다 훨씬 과격하게 턱 밑에 숨이 차오르도록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안드로메다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지구의 위기를 내게만 알리는 모르스 부호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나의 위기인 것이었다.
위기 관리 능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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