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전...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라고
김치국에 취해, 술에 취해 알딸딸해져 있는 대학 동창넘 꼬드겨
선거 결과에 따라 거하게 한잔 내기했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분을 삭히기에는 보름 정도 걸릴 듯하여
정확히 그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진 후 메시지를 날렸다.
“약속이행은 언제?”
“뭔 말?”
“선거 전에 한잔 내기했잖아.”
“기억이 안 나네.”
“참...이 땅의 진보들이란”
“술 취해 기억 안 나는 것이 진보와 뭔 상관이여.”
아직 분이 덜 풀렸다는 판단에
일단 그 정도로 끝냈다.
며칠 지났을까
퇴근 앞두고 갑자기 문자가 왔다.
“전에 이야기했던 거, 오늘 낙지볶음으로 이행할 테니 당장 나와라.”
“오늘?”
“나우!!!”
다른 친구 넘과 약속이 있었고
겸사 겸사 같이 보자는 이야기였다.
시뻘건 낙지볶음에 아린 속
시원한 막걸리로 달래가는 맛 끝내주긴 할텐데
유감스럽게도 선약이 있었다.
“나는 계통 있게 주빈으로 초대 받고 싶다, 원래 그리 약속한 것이고.”
“그래? 하여간 꼴보수들이란 배때기만 불러서...”
어쨌거나 심심하던 차에 두고두고 써먹을
안주거리 하나 남은 셈이다.
지난 어린이날
넘에게 다시 문자질
“날도 좋은데 광교산 산책이나 가지?”
“말도 마라. 어제 쎄게 펐더니 컨디션이 개판.”
“그래? 그나저나 언제 살껴? 지난 번에 내기했던 거”
“대선 전에는 사겠지.”
“안되! 요즘 진보들 하는 꼬라지 보니 그렇게는 안되겠다.”
“좋아! 광복절 전에는 살께.”
“안된다니까. 뉴스를 보니 참을 수가 없어. 너희 진보는 응징을 좀 받아야 되.”
“참아라.”
“참는 건 참는 건데, 언제 사냐니까?”
“조또...니들 꼴보수 좋아하는 현충일까지는 사마.”
“그래? 그 때 보자. 잘 지내고.”
진보, 보수가 있어
세상 살 재미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