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그리스 2차 총선이 끝났다.
예상대로 그리고 기대한대로 신민당이 1당이 되었고, 방금 뉴스에 사회당 및 민주좌파연합과 연정을 구성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정말 다행이다.
다행히 월요일부터 현지 그리스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 현지화 (드라크마화)로 화폐가 바뀌면 발생할 극심한 인플레를 우려하여 그 동안 유로화를 인출하여 현찰을 보관하던 개인들이 빼갔던 현금을 서서히 은행으로 다시 예금하고 있고,
발전원료용 천연가스 대금의 지불을 못해서 전기생산의 중단이 우려됐다는 소식도 다행히 오늘 그리스 전력공사가 은행권에서 1억유로를 긴급 대출 받아서 러시아 가스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해서 일단락 되었다고 한다.
얼마전 한국내 보도를 보니 그리스 정부에서 수입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전력생산을 못해 정전사태가 우려된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는 그리스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하여 특별재산세(2%)를 전기요금에 부과하여 징수하는 정책을 펼쳐서, 일부 국민들이 이에 저항하여 전기세를 지불하지 않아서 생긴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기자가 길거리에 말짱한 차림의 구걸 행각을 벌이는 그리스 사람이라는 기사를 썼던데, 이는 그리스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에 거주하는 “집시”를 잘못알고 쓴 기사라고 보면 된다.
그리스에는 유럽에서 3번째로 많은 약 30만명의 집시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 전체 인구의 약 3% 정도로서 무시할 숫자는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 집단 촌락을 이루고 생활하고 있고 그리스 정부에서 잘 관리하여 사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일부 집시들이 도시로 나와서 구걸행각을 벌이기하여 가끔 단속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최근 중동 및 서남아시아의 불법 입국자들의 단속을 심하게 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그리스내 높은 실업률과 연관 관계도 없는데 상징적으로 단속을 해서 여론 무마용으로 이용하곤 한다.
그리스의 3D 업종은 인근 동유럽 국가 및 중동, 서남아시아의 불법 입국자들이 저렴한 임금으로 종사하고 있어 실제 그리스내 좋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렇지만 그리스는 황금새벽당이라는 극우신나찌 추종 세력이 이번 2차 총선에서 의석이 18석(6.92%)으로 무시 못할 숫자가 되었는데 그리스 정부가 이들의 과격한 인종 차별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 입국자를 단속하면서 어느 정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유럽의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인 “관용”의 미덕이 많이 약화되는 것 같다. 유럽국가들이 이들 불법 이민자들에 대하여 강력한 대처를 서로 주문하고 있어 그리스내 불법이민자 수용소 숫자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육로로의 유입을 방지하려고 국경에 철책을 세우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더구나, 유럽을 한 국가로 통합하려는 목표로 만들어진 센겐조약이 잠시 유보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참고로, 센겐조약에 가입한 유럽국가들은 서로 입국시 별도의 수속없이 입국이 허용된다. 그래서 그리스에서 독일이나 이태리로 여행할 때는 자국내와 마찬가지로 입국심사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이 조약을 유보하고 입국심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불법 이민자를 줄여 실업자들의 불만을 줄여보려는 고육책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가 어수선하면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금년에 그리스에 여행을 온 한국 여행객들이 소매치기 및 강도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여권은 유럽의 여러 나라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 암시장에서 상당히 고가로 팔린다는 말이 있어 한국인이 범죄에 노출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럽 여행을 할 때 여권 분실을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대사관이 있는 국가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면 여행 증명서를 바로 발급 받아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지만, 대사관이 없는 국가에서 여권을 분실하면, 인근 국가의 대사관으로 이동해서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ID가 없어 항공편 이용이 제한되어 육로로 이동해야 하는데 여간 고생이 아닐 것이므로 정말 주의해야 한다. 내가 관할하는 그리스 인근국가인 알바니아 및 마케도니아는 대사관이 없어 여권을 분실하게 되면 육로를 통해서 그리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거리도 멀고 입국시 증명서가 없어 생고생할 가능성이 높아 늘 여권 분실에 특별히 주의하고 산다.
요즘 아테네는 한낮의 기온이 35도를 웃돌고 건조하여 산불이 많이 나고 있는 등 본격적인 여름이다.
집 앞 해변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이 조금씩 사람 사는 곳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안심이다.
나도 금주부터 조금씩 일거리가 늘어나고 바빠지고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건강 챙기고 서울서 봅시다.
윤철이가 / 아테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