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퇴근 때의 일이다.
사내 워크샵 끝나고
직원들과 치킨에 생맥주 한잔 간단히 하고 나오니
드디어 비(雨)다.
100년만의 가뭄이었고
말 그대로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던 단비니
그 반가움이야 오죽했으랴.
지하철역까지
우산 속 촉촉하게 비에 젖은 길을 걷는 기분이
제법 상쾌하다.
이런 경우는 어떤 스텝이 어울릴까.
(주폭들의 갈지자 스텝이 아니라 댄스의 스텝을 이야기함이다.)
그리하여 도착한
가산디지털역 5번 출구
흥을 억누르지 못한 채
좀 급하다 싶게 에스컬레이터(내리막)에 오르는데
갑자기 몸이 허공에 떠오른다.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물에 젖어 마치 스케이트날처럼 미끄러웠고
멋모르고 내딛는 발이 미끄러져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예각으로 접히는 시점에 정확히 자유낙하다.
쿵!
그렇게 에스컬레이트에 자빠져 아래층까지 반 이상을 내려오는 동안
뭔가 추스리고 일어나려는 시도조차 못했다.
너무 아프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걱정어린 눈으로
쳐다 보고...
하긴...자빠졌길래 망정이지
엎어졌으면 큰 일 날 뻔했다.
간신히 추스리고 일어나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 전철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서글픔이 몰려온다.
시끄럽다는 둥
말 수 좀 줄이라는 둥
겸손하라는 둥
그만 좀 우려 먹으라는 둥
그 동안 본인에게 가해졌던 수많은 핍박에
이미 내 마음은 천갈래 만갈랜데
거기다 육체적으로 커다란 상처까지 입었으니 말이다.
그 감정 참지 못해 여기저기 통화했으나
유고시 문상은 오겠다는 둥 역시 건질게 별로 없다.
다만, 그 중 한 가지...발언의 성실성은 잘 모르겠으나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정상의 위치라는게 원래 고독한 법이니
외로운게 당연한 이치고
우승자는 개인을 떠나 사회적 공인이니
몸 관리에 각별히 유념하여 다치고 다니지 말라는 주문이다.
사회적 공인?
참으로 그럴 듯한 말이 아닐 수 없어
다음 날 김원기와 통화(카톡)해 사회적 공인 운운하니
육두문자와 함께 끊어버린다.
그 사람 성격하고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