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이에게
이 편지를 받을 때 쯤이면 훈련 2주차가 한참이겠구나. 날씨도 적당해서 먼지 속에서 땀을 흘리고
맛보는 물 한모금의 시원함은 아마도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것이겠지.
아직도 나나 네 엄마는 네가 군에 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편이다. 금방이라도 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다녀왔습니다.’ 라고 할 것만 같은 느낌이란다.
자식을 군에 보낸 친구들 이야기를 빌면 적어도 3,4개월은 지나야 제대로 실감이 난다고 하더구나.
그때 쯤이면 너도 자대 배치 받고 손꼽아 첫 휴가를 기다리고 있겠지?
지금 바깥 세상에서는 가까운 나라의 총리라는 사람이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역사를 부인하는
뻔뻔한 연설을 하고 있는가 하면, 어느 가난한 나라는 강력한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고 있단다.
약한 조국을 둔 국민들이 서러울 수 밖에 없었던 역사는 요즘에 와서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지.
아빠는 영탁이가 군생활을 통해 그간 낮설게 느꼈을 지 모를 ‘조국’이나 ‘애국심’이란 단어들에 좀
더 가까와 질 수 있길 바란다.
혹시라도 네가 군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도 있는 뼛속까지 시린 추위나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힘든 훈련들은 그런 단어들의 의미를 깨닫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너무 겁준건가?).
한가지 더 선배로써 아빠가 충고해주고 싶은 것은 철저하게 군인이 되어보라는 것이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조국을 수호하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방패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게
되면 너는 비로소 대한민국의 진짜 사나이로 거듭날 수 있게 되겠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양평의 하늘 아래서 젊음을 불사르고 있을 우리 영탁이가 아빠는 너무 듬직
하고 자랑스럽다.
너의 삶에서 자랑스러운 한페이지가 될 군생활을 멋지게 출발해보렴. 그리고 주변의 동기들 및 상급자
분들과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15. 5. 4.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