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
정전이 되어 피씨가
꺼졌다
새가 울고
옆 사람과 마주보고
웃으며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숨소리가 들리고
숲에 온 듯
옛날엔 이렇게 사무실이
조용했나
월급봉투
따끈따끈한 월급봉투를 만져보고 싶다
농사꾼의 한 철 수확처럼 가슴 뿌듯하던 자존심
결혼 후 한 달 만에 빼앗긴 내 도장은
지금도 안식구의 두툼한 지갑 속에 있다
월급명세서에는
안 찍히는 것들이 있다
먼
친구와의 전화
옛
연인과의 재회의 꿈
너른
들녘의 기차여행 같은
55세
요즘엔 재벌이 깡패들한테
꼼짝을 못한다
재벌의 탐욕, 치졸함, 더러움, 잔혹성을
까발리는 깡패영화
부패한 정치와 결탁한
재벌을
혼내주는 깡패영화
좀 떫어도 후련하다
나도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나인데 ---
카드를 개설하면 공짜이불을
준다며
아내가 내 이름으로
하나 끊었다
카드사에서 전화가 와서는
카드를 직접 개설했는지
묻는다
난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가 직접 했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난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오늘 출근길에 기회가
왔다
차가 내 앞에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