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이틀간의 황무지, 소도시들을 거친 지루한 운전끝에 시드니에 도착한 것은 한참 선거 결과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있던 15일 오후 늦게였다. 지난 해 12월 말 6개월 예정으로 직장에서 허락해준 기회를 이용하여 이곳 호주 애들레이드에 온지 3개월 반 만의 나들이를 했던 것이다.
식구들과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만을 한 후 시드니로 출발하였다.
워낙 긴 여정이라 아내와 교대로 운전하면서, 애들레이드와 시드니의 중간 지점인 '헤이'라는 곳에서 1박을 하고, 다시 아홉시간의 운전끝에 마침내 목적지인 시드니에 도착하였다.
밤 늦게 가까스로 지도를 보고 찾은 2회 김경래 선배님 댁...
아주 젊어보이는(죄송!!) 인상의 선배님이 그야말로 버선발로 뛰어나오듯 반갑게 맞아주셨고... 마침 봉사중인 교회 중등부 수련회차 출타중인
형수님과 아들(동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 가족이 여장을 풀었다.
다음 하루와 이튿날은 시드니 인근 관광지와 시드니 시내 투어 일정을 잡아 놓은 터였기에 아침먹고 잠만 자는 기숙이었으나, 이튿날인 토요일은
시드니에 거주하는 네 분 동문의 정기 모임을 우리 가족의 시드니 방문에 맞추어 갖기로 하여 온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순서가 3회 김주영 선배님댁에서 갖기로 되어 있었는데,
4회 김찬호 동문의 안식구(현양성 호주 SCC대표)도 합류하여 최근 가졌던 동문모임가운데서 가장 성대한 모임(?)이 되었다.
잠시 선배님들의 근황과 가족상황을 소개하면,
2회 김경래 선배님은 아들 하나(양보다 질이라는 강조를 어찌나 하시던지...),
3회 김주영 선배님은 딸이 셋에 부모님과 형제가 모두 이민을 오신 듯...
3회 백일선 선배님은 아들 둘에 부부가 너무 성실히 일하시는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고 계셨고...(머지않아 태즈매니아로 거처를 옮길 계획을 품고 목하 여러 가지 구상중...),
역시 3회 이성수 선배님은 아들, 딸 각 하나씩을 두신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계셨으며,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여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4회 김찬호 동기의 어부인은 이곳에서 SCC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인턴십, 유학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다부진 전문가였다.
김주영 선배님댁에서 준비한 음식은 월남쌈(밥?)이었는데,
어찌 그리 푸짐하게 준비를 하셨는지...몇 개를 먹었는지 모르지만 여하간 엄청나게 배가 불렀던 기억만 난다.
해외에서 살다보면 다들 요리사가 되는가보다.
귀하게 보관하던 이탈리아산 포도주가 몇 병 허물어지고...
또 맥주를 몇 병을 비웠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두 운전할 수 있을 정도의 주량을 즐겼다는 사실...
얼마전까지 3개월만에 만나던 모임을 두 달씩으로 바꾸었다는데,
멀리 이민 생활에서 동문간의 각별한 사랑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김경래 선배님의 베푸는 마음과, 3회 선배님들의 넉넉한 마음이 빚어낸 우신가족의 모습이었음이 틀림없다.
시드니의 일정을 마치고 멜번을 거쳐, 다시 장엄한 그림과도 같은 The Great Ocean Road를 구경하면서 보금자리로 돌아온 것은 22일 오후였으니,
8박 9일간 호주 남서부 일부를 맛본 짧은 여행을 한 셈이다.
지도를 펴놓고 보니 호주 전역을 돌려면, 몇 달도 부족하다는 생각...
한 나라가 대륙 하나로 구성된 무지무지하게 거대한 나라임을 실감한 좋은 기회였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호주에서 살고 있는 소식을 시드니 방문 보고서로 가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