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이 아닌 전 국토의 거점화
(서프라이즈 / 논가외딴우물 / 2009-11-20)
약 5년이 넘게 업무차 중국 광동성에 자주 갔다. 역마살이어서인지 매우 바쁘지 않은 경우에는 홍콩을 통해 들어갔다 나왔다 하곤 하는데, 배를 타거나 또는 기차 등을 이용해 중국의 광동성 지역을 지나다 보면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도시와 도시 사이가 꽤나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서울에서 인천이나 경기도의 기타 주변 도시를 자동차로 가보면 느끼는 게 하나 있는데, 어디까지가 서울인지 이정표를 보지 않으면 거의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도시와 도시가 거의 직접적으로 붙어 있다는 점이 중국의 광동 지역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라 하겠다. 중국의 광동 지역은 물론 내가 방문해보았던 중국의 도시들은 도시 주변에 농경지가 많다. 조금만 벗어나면 너른 농토가 나타나고 얼마쯤 달리면 다시 도시가 나타나는 형태다.
생각해보면 이런 구조는 농산물의 공급에 있어 효율적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Local Food라는 개념이라고 할까, 자기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짧은 거리에서 운송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물류 효율과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나 식품의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유리하고 대도시의 근거리에 위치한 농촌의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도시 주변에 농촌과 자연이 있다는 것은 삶의 질 측면에서도 물론 좋은 일이다.
요즘 세종시 문제로 시끄럽다. 새삼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16대 대선의 공약으로 처음 제기된 행정수도 이전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모습이 변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4년여, 7년째가 되는 올해 들어 이미 공사가 25%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에 따라 또 한 번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이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 이전과 이후에 한 말을 뒤집었다는 측면에서도 어이가 없지만, 7년여에 걸친 국민의 사회적 합의 과정과 기존 투자 등을 말 한마디로 뒤집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면서 허탈하기까지 하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받은 전국 득표율은 48.9%로, 46.6%를 득표한 이회창 후보에 2.3% 앞섰다. 당시 대선의 막판 이슈는 그야말로 행정수도 이전이었다는 기억인데, 그렇다면 수도권의 득표율은 관심의 대상이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발언했던 당시의 서울시장 이명박 대통령이야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적 합의의 지표는 결국 선거의 결과가 중요하다. 군대를 동원하고 싶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부터는 입장을 바꾸어 행정도시 건설에 찬성했고, 그는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를 행정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확인이라고 표현하면 과한 것일까?
16대 대선 당시 서울에서의 노무현 후보 득표율은 이회창 후보의 45%를 훨씬 넘어서는 51.3%였다. 경기도는 50.7%로 44.2%의 이회창 후보를 눌렀고, 인천 또한 49.8%를 얻어 44.6%에 그친 이회창 후보를 큰 차이로 이겼다. 대전 충청 지역은 더 큰 차이로 벌어졌다. 충남의 아들이라는 구호를 유난히 내세웠던 이회창 후보를 대전에서 55.1% : 39.8%, 충남에서 52.2% : 41.2%, 충북에서 50.4 : 42.9 의 표차로 눌렀던 것이다.
수도를 이전하겠다는데 아파트 가격 하락을 걱정한 이들이야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수도권의 유권자는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고, 물론 충청권의 유권자는 두 손을 들고 반겼다고 단언해도 무방할 정도의 수치다.
따라서 수도를 이전해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전국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적어도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드셌더라면 노무현 후보는 결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대통령 선거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운동 당시의 행정도시 찬성 발언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9월 30일 공약으로 발표되어 2003년 12월 29일에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안은 여소야대의 의석 비율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찬성 167, 반대13, 기권 14로 가결되었다. (참고로 당시 의석 비율은 한나라당:149, 새천년민주당:62, 국민참여통합신당주비위원회(열린우리당):44, 비교섭단체:17로 야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치러진 4월 15일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겼지만 헌법재판소는 10월 21일에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들어 위헌 판결을 했다. 이미 후보지 평가에 이어 최종 입지를 확정한 상태였던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경해 12부 4처 2청의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키로 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2005년 3월 2일에 국회는 이를 가결시켰다. 이후 행정도시에 대해 다시 제출된 헌법소원은 2005년 11월 24일에 각하된바, 행정수도가 아닌 중앙행정부처 등이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세종시 건설안이 마침내 최종적으로 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2005년 12월 20일부터 정부는 예정지역에 대한 보상에 착수하게 된다. 2006년 1월 1일에는 건설교통부의 외청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개청되었고, 도시의 명칭은 세종시로 확정되었으며, 2007년 3월 27일에는 행정도시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었다.
공약으로 나온 이후, 장장 5년여가 지난 2007년 7월 20일에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간 세종시 건설은 2008년 특별법을 개정해 일부 신, 증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손질을 하는 가운데 순조롭게 진행되어 현재 25%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돌아보면, 참으로 기나긴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행정도시가 이명박 정부에 의해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행정의 비효율이라는 해묵은 이유와 함께 자족 능력이 부족하니 기업도시 또는 과학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부가 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 행정적 또는 대통령과 국회 등의 중심 시각으로만 보면 행정 비효율은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 과천, 대전 등에 정부 청사를 두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간 확보에 대한 어려움 또는 안보적 우려 등을 이유로 만들어졌었다. 고속철도가 놓인 현재에는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1시간, 세종시도 서울역에서 1시간대 이내로 도착이 가능할 정도니 실로 공간의 차이를 기술로 줄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뛰어난 인터넷 인프라로 부처 간의 각종 자료의 공유는 물론 필요한 경우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한 건물 또는 한 도시 내에 위치하고 있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각 부처의 공무원이 언제나 유기적 협조를 위해 시간마다 만나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고, 항간의 언급처럼 그런 점이 우려된다면 최초의 계획처럼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된다.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대법원까지 이전하면 원래의 행정수도 계획이 실행되는 것이다.
전 국토적, 전 국민적 시각으로 눈을 돌려보면 행정중심도시는 효율적이다. 공무원이 항상 국회에 가서 모두 줄 서 있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면 모두 청와대에 보고하러 가고 여당에 협의하러 가는 것이 아니듯이, 지리적 효율을 굳이 따지고 들면 오히려 국민이 행정기관에 오가는 측면에서 국토의 중심 지역에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지리적 공평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효율이 과연 떨어지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더군다나 정부 부처 간의 지리적 거리보다는 행정부처와 청와대, 국회 등의 거리 차이가 과연 비효율을 불러올 것인지 생각해보면 이는 비효율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오늘날 우리 재벌 기업 중에는 총수와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는 기업도 있지만 해당 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책임 행정 차원에서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당 부처들이 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가운데 오직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차원에서 일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오히려 효율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공무원들이 자족 기능까지 우려한 정도로 배를 곯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의 자족 기능은 행정중심 도시라는 기능적 요소만으로도 충분하다. 해당 공무원들이 퇴근한 후 서울의 집으로 오지 않는 경우, 당연히 그들은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고, 그렇다면 적당한 크기의 자족기능용 용지를 확보해두기만 하면 자연적으로 자본은 몰려올 것이다. 도시는 친환경적이고 최첨단의 기술로 설계되었고 현존하는 어떤 도시보다 주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 중앙부처와 업무 협의를 자주 하는 기관이나 기업들은 고정적인 사무실 등을 그곳에 유지하려 할 것이 분명한데, 이제 와서 자족 기능 부족을 이야기하면서 용지 확보 비율을 높이고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으로 토지의 공급 등을 국무총리가 대기업들에 약속하는 모습들은 한마디로 해괴하기까지 하다.
경제학자 출신의 국무총리니 경제적 효율에서 단기적 효율과 장기적 효율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지표를 통해 현재의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과연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이들이 대체적으로 주장하는 내용 중,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도시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도시들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대뜸 생각나는 도시들이 중국의 도시들이다. 대표적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인데 이들 도시의 규모는 현재의 서울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면적이 600여 km²에 불과한 서울 면적에 비해, 북경은 16,808km²로 28배, 상하이는 6,340.5km², 광저우는 7,435km² 이며, 인구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도쿄의 경우만 해도 2,187.65 km²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인구밀도의 차이는 더욱 커 북경의 889/km², 상하이 2700/km², 광저우 1,042/km², 동경의 5,890명/㎢에 비하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17,275 명/km²로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우리의 수도권 전체를 살펴볼 때 면적은 11,786.12 km², 인구는 24,715,165 명으로 2097 명/km²의 인구밀도를 이미 자랑하고 있다.
또한, 북경, 상하이, 광저우, 도쿄 등은 해당 도시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수도권처럼 하나의 권역을 이루고 있다.
성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베이징, 톈진, 스자좡 주변과 싼허베이, 랴오닝 그리고 산둥성까지 포함한 북경 부근의 ‘환보하이 경제권’이 있고, 장강 하류에 자리 잡고 있는 상하이는 물류, 금융, 보험, 부동산, 무역, 통신, 문화 산업의 중심으로 장강 삼각주 또는 양쯔강 델타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지는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 인근의 장쑤성 남부와 저장성 북부를 포함하고 있는 이 지역은 총인구 8천만(중국 총인구의 6%)으로 중국 GDP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특별시 또는 자치시인 도시들일지라도 인접 성들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 도쿄의 경우도 미나미 칸토 지방을 통틀어 경제적으로는 수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 태평양 벨트, 출처: 위키피디아
도쿄 도심으로부터 동심원상 70Km 이내의 지역을 지칭해 도쿄권 또는 미나미 칸토라 하는데, 미나미 칸토 지방은 현재 도쿄 도 구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약 3,500만 명 이상의 세계 최대 규모의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수도권 경쟁력을 운운하는 이들은 아마도 이런 형태의 수도권을 모델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이 이 수도권에 경제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태평양 벨트가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 벨트는 일본의 미나미칸토 지방에서 기타큐슈 지방까지를 연결한 일련의 공업지역으로, 미나미칸토에서 키타큐슈까지 도쿄, 가와사키, 요코하마, 시즈오카, 하마마쓰, 나고야, 교토, 오사카, 고베, 오카야마, 히로시마, 기타큐슈, 후쿠오카 시 등을 중심으로, 공업·상업 면에서 대·중형급 도시가 늘어서 있는 도시 군을 총칭해 가리키는 경우로도 쓰이는데, 태평양 벨트에는 일본 전체 인구의 약 60퍼센트와 공업생산액의 약 70퍼센트가 집중되어 있으며, 태평양 벨트는 이미 1960년도에 구상되어졌다. 1988년에 제정된 다극분산형국토형성촉진법이나 21세기의 국토의 그랜드디자인이라 불리는 제5차 전국총합개발계획에서 일본은 태평양 벨트 지대를 서일본의 국토 축으로 재도약 시키려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등, 점차 국토의 균형 발전을 통한 전 국가적 경쟁력의 확보로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는 것이다.
▲ 광동성 및 주강 삼각주, 출처: 위키피디아
오늘날 중국의 경쟁력을 거론하면서 광동성과 주강삼각주 지역을 빼놓을 수는 없다. 광동성은 중국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홍콩과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중요한 대외무역 기지였으며 개혁 개방 이후 빠르게 발전해 현재 중국 제1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다. 약 9만 개의 외국기업이 설립되어 있고, 인구는 2006년도 기준으로 100,039,432명, 면적은 남한 전체보다 큰 177,933㎢, 562명/㎢의 인구밀도를 보이고 있는 곳으로 GDP 2조 5천억 위안(2009년 11월 20일 환율대비 3,670억 달러)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인접한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주강삼각주 지역에는 경제특구인 선전, 둥관, 포산, 주하이 등이 위치하고 있어 오늘날 세계 제일의 공업 생산지역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과연 수도권에 대한 경제력 집중만으로 이 도시들 또는 경제권과 경쟁할 수 있는가에 있다. 지역 총 면적 11,786.12 km²인 수도권에 현재도 2,500만의 인구가 몰려 살고 있는데,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과밀한 인구밀도에 따른 삶의 질 저하와 부동산 가격 상승, 이동에 따르는 비용 등을 부담하면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앞에서 예를 든 도시 및 경제권들은 웬만한 국가들조차 넘보기 힘든 인구 및 면적을 토대로 거대한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도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인구의 감소나 증가는 인위적으로 조성하는데 장기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면적이란 생각을 바꾸면 정해진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어 수도권이 아닌 전 국토적인 경제권으로 시각을 바꾸어 보면 충분히 이 경제권들과 우리는 경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총생산과 경쟁하기는 힘들지만 도쿄, 태평양 벨트는 물론 북경, 상하이, 광저우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권과는 승부를 벌일 수 있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집중이 아니라 분산과 균형, 그리고 연계에 의한 경쟁력의 상승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경제를 말한다.
2009년도에 Mercer Survey가 발표한 삶의 질이 높은 세계 도시 50위에 우리의 서울은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계열사인 EIU가 전 세계 11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질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30위를 차지했다. 공적인 기관의 조사만을 신뢰하겠다고 할지 모르니 언급하겠는데 2006년의 자료를 토대로 2008년에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HDI (人間開發指數, 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대한민국은 25위를 차지했다.
2008년도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력 순위는 14위, 대한민국의 총 GDP는 9291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GNI는 9위로 2만 1,530달러이다. 2009년을 지내고 내년도에 발표될 순위에는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총 GDP에서는 중국에 한참 뒤지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아래 순위에 많은 나라가 있다. 그래서 행복한가?
남북의 정상이 만나 합의한 일도 거부했고, 개성공단 확장의 중단, 금강산 관광 중단 등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만한 일들은 도맡아 하고 나선 이 정권이 세종시 반대를 말하면서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다. 그런 의식과 행동의 발로로 촉발될 통일은 결국 충돌이나 파멸로 인한 통일일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니라 임시 수도를 미리 준비해야 할 판이다.
언제든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남한만의 힘으로 경제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 못하면 우리의 통일은 또 하나의 재앙으로 작용할 우려 또한 크다. 지난 10년의 정부는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으로 북한에 접근했다는 점 또한 이명박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남한 전체 면적은 100,140km²로 세계 108위, 그러나 인구는 4,900만으로 세계 24위다. 복잡하게 계산할 것도 없이 우리는 좁은 땅덩어리, 자원도 없는 땅에서 복잡하게 살고 있다. 당연히 살기가 힘들다.
OECD에 가입했다고 좋아하다 얼마 뒤 IMF를 맞았던 일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씁쓸하지만,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발표를 보면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다.
교통사고 사망률 38개국 중 1위, 2007년
결핵사망률 30개국 중 1위, 2005년
10만 명당 자살률 30개국 중 3위, 2007년
여성, 노인 자살률 30개국 중 1위, 2007년
대학 등록금 36개국 중 2위, 2009년
차에 치여 죽고, 창피스럽게도 결핵에 걸려 죽고, 자살하고, 등록금에 치어 죽는 나라다. 그건 뿐인가?
삶에 대한 만족도 30개국 중 24위, 2009년
출산율 30개국 중 30위, 2009년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부모로서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 죄짓는 마음마저 가져야 할 정도의 나라다.
경제력 10위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빈곤율은 30개국 중 6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럼에도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30개국 중 2위를 차지한 나라다. 국민이 원래부터 똑똑한 민족이라고 하면 이에 반론을 제기할 마음은 별로 없지만 그만큼 교육시키기 힘든 나라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나라고, 10평도 안 되는 재개발 대상 아파트가 10억 원대를 호가하는 이상한 나라다. 생각해보면 욕심쟁이 한국인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가?
어린이 보건, 안전 30개국 중 10위, 2009년
어린이 복지 38개국 중 13위, 2009년
청소년 자살률 30개국 중 15위, 2009년
모유수유비율 30개국 중 20위, 2009년
영아사망률 30개국 중 24위, 2009년
차세대들에 대한 준비마저 이렇듯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오늘날 대학 진학률은 거침없이 80%대를 넘어서고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PC방으로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고금리의 학자금 융자를 통해 미래의 자원이라 할 우리의 인재들을 빚쟁이로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
분명히 분배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살만한 경제력을 갖고 있고, 분단된 조국이지만 아름다운 국토를 갖고 있으며, 남북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나라임에 분명하지만, 우리는 욕심내고, 갈등하고, 싸우는 데 소비하고 있다. 바로 그 표상이 세종시에 대한 논란이다. 가진 자의 욕심이 다수를 갈등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운운하는 정치가 과연 국민에게 이로운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7년여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거침없이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신뢰의 기초를 무너뜨리고 있다. 지역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결국 분열을 조장해 자의적으로 통치하려는 술수일 뿐이다.
신뢰가 무너지고, 갈등이 심화되고, 분열이 심해지면 힘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다. 인간은 그만큼 약한 존재이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국민은 결국 부끄러워하지 않는 위정자를 계속 낳게 할 것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온 정신을 다 쏟게 될 것이다.
성장률, 주가, 환율 등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경쟁력은 없다.
수도권에 대한 집중이 아닌 전 국토의 거점화, 다극 분산형 균형발전 정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cL) 논가외딴우물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 50곳 - (Mercer Survey, 2009)
1 VIENNA, AUSTRIA
2 ZURICH, SWITZERLAND
3 GENEVA, SWITZERLAND
4 VANCOUVER, CANADA
4 AUCKLAND, NEW ZEALAND
6 DUSSELDORF, GERMANY
7 MUNICH, GERMANY
8 FRANKFURT, GERMANY
9 BERN, SWITZERLAND
10 SYDNEY, AUSTRALIA
11 COPENHAGEN, DENMARK
12 WELLINGTON, NEW ZEALAND
13 AMSTERDAM, NETHERLANDS
14 BRUSSELS, BELGIUM
15 TORONTO, CANADA
16 OTTAWA, CANADA
16 BERLIN, GERMANY
18 MELBOURNE, AUSTRALIA
19 LUXEMBOURG, LUXEMBOURG
20 STOCKHOLM, SWEDEN
21 PERTH, AUSTRALIA
22 MONTREAL, CANADA
23 NURNBERG, GERMANY
24 OSLO, NORWAY
25 DUBLIN, IRELAND
26 SINGAPORE, SINGAPORE
26 CALGARY, CANADA
28 HAMBURG, GERMANY
29 HONOLULU, UNITED STATES
30 SAN FRANCISCO, UNITED STATES
30 HELSINKI, FINLAND
30 ADELAIDE, AUSTRALIA
33 PARIS, FRANCE
34 BRISBANE, AUSTRALIA
35 TOKYO, JAPAN
35 BOSTON, UNITED STATES
37 LYON, FRANCE
38 YOKOHAMA, JAPAN
38 LONDON, UNITED KINGDOM
40 KOBE, JAPAN
41 MILAN, ITALY
42 PORTLAND, UNITED STATES
42 BARCELONA, SPAIN
44 WASHINGTON, UNITED STATES
44 OSAKA, JAPAN
44 LISBON, PORTUGAL
44 CHICAGO, UNITED STATES
48 MADRID, SPAIN
49 NEW YORK CITY, UNITED STATES
50 SEATTLE, UNITED STATES
삶의 질 (EIU, 2005)
1 아일랜드
2 스위스
3 노르웨이
4 룩셈부르크
5 스웨덴
6 오스트레일리아
7 아이슬란드
8 이탈리아
9 덴마크
10 스페인
11 싱가포르
12 핀란드
13 미국
14 캐나다
15 뉴질랜드
16 네덜란드
17 일본
18 홍콩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
19 포르투갈
20 오스트리아
21 중화민국 (타이완)
22 그리스
23 키프로스
24 벨기에
25 프랑스
26 독일
27 슬로베니아
28 몰타
29 영국
30 대한민국
- EIU 삶의 질 조사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계열사인 EIU가 전 세계 11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질에 관한 순위이다. 이 조사는 전 세계 111개국을 대상으로 성평등·자유도·가족·공동생활의 수준과, 소득·건강·실업률·기후·정치적 안정성·직업 안정성에 대해 각각의 종합점수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HDI (人間開發指數, Human Development Index, 2008년 발표)
1. 아이슬란드
2. 노르웨이
3. 캐나다
4. 오스트레일리아
5. 아일랜드
6. 네덜란드
7. 스웨덴
8. 일본
9. 룩셈부르크
10.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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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대한민국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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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중국
- HDI (人間開發指數, Human Development Index, HDI)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각 국가의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률, 평균수명 등을 여러 가지 인간의 삶과 관련된 지표를 조사해 각국의 인간 발전 정도와 선진화 정도를 평가한 지수이다. 일반적으로 HDI가 0.900점 이상인 국가를 선진국으로 본다.
경제력 순위 (2008년 기준)
1위 미국 : 14조 2,043억 달러
2위 일본 : 4조 9,003억 달러
3위 중국 : 3조 8,600억 달러
4위 독일 : 3조 6,528억 달러
5위 프랑스 : 2조 8,531억 달러
6위 영국 : 2조 6,456억 달러
7위 이탈리아 : 2조 2,930달러
8위 브라질 : 1조 6,125달러
9위 러시아 : 1조 6,078달러
10위 캐나다 : 1조 4,001달러
11위 인도 : 1조 2,175달러
12위 멕시코 : 1조 859억 달러
13위 호주 : 1조 152억 달러
14위 대한민국 : 9,291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GNI) 순위 (2008년 기준)
1위 미국 : 4만 7,580달러
2위 영국 : 4만 5,390달러
3위 독일 : 4만 2,440달러
4위 프랑스 : 4만 2,250달러
5위 캐나다 : 4만 1,730달러
6위 호주 : 4만 350달러
7위 일본 : 3만 8,210달러
8위 이탈리아 : 3만 5,240달러
9위 대한민국 : 2만 1,530달러
10위 사우디아라비아 : 1만 5,500달러
11위 멕시코 : 9,980달러
12위 러시아 : 9,620달러
13위 터키 : 9,340달러
14위 브라질 : 7,359달러
15위 아르헨티나 : 7,200달러
16위 남아프리카공화국 : 5,820달러
17위 중국 : 2,77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