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7일...
우리집 아들 최두영이 입대를 한 날이다...
마침 이런저런 업무일정들이 비켜가준 덕에...
내 아들의 엄마...내 마눌님 이정숙여사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의정부 306보충대...
(예전엔 101보충대였고...나도 이곳을 거쳐 문산 1사단에서 군생활을 했다...)
의정부역이 가까워오니...전철안에 후드달린 윗옷입은 녀석들이 부쩍 많아진다...
초여름처럼 기온이 올라간 점심무렵인데...까까머리 가리느라 후드에 깊이 머리를 묻었다...^^*
슬쩍 까까머리 아들넘의 머리에 내 눈길이 간다...
나혼자 맘속으로 뭔가 싸~한 기분이 스쳐 지나간다...
택시를 타고 306보충대로 가는길…기사 아저씨의 너스레가 고맙다...
함께 동행해준 두영이 친구녀석이 7월에 춘천 102보충대로 간다고하니...
이런저런 농담삼아 불쌍한 청년의 겁을 잔뜩 준다...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그 흔한 옛날 스토리다...^^*
덕분에...울 마눌님...왠지 306보충대는 다행이다 싶은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부대앞 고깃집에서 점심을 먹었다...갈비탕...
시간이 빠듯한데...아들의 엄마는 고기 몇점이라도 구워먹이고 싶단다...
시간없다고 겨우 설득했다...^^*
그런 내 아들의 엄마를 보고있자니...내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겹쳐진다...
시집와서...울엄마가 나한테 너무 유난스럽게 챙기신다고 흉을 보더니...
결국 내 아들의 엄마도 내 엄마와 똑같이 닮았다...
나혼자 맘속으로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또 스쳐 지나간다...
부대로 들어가는 길...할머니, 아주머니들이 길게 이어진 좌판을 벌였다...
깔창...전자시계...일회용 구급밴드...
이것들이 소위 입대용 필수품이란다...
이땅의 엄마들을 향한 또 하나의 '불안 마케팅' 아이템들인 셈이다...
내가 대한민국 군대의 세계적 수준 운운해가며 설명해보았지만...
결국 내 아들의 엄마는 두영이에게 전자시계와 기능성(?) 깔창을 들려보냈다...^^*
연병장...생각보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다...
연병장 가운데는 텅 비워둔 채...
모두 둘레에 빼곡히 모여선채로 짧은 식순을 마쳤다...
장정들은 강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에...한동안 주춤거리던 무리의 형태가 무너진다...
드디어 아들들을 다른 세계로 보내는 작별의 순간...
여기저기...엄마의 눈물들이 느껴져온다...
한 아빠가 충혈된 눈에 눈물을 머금고 곁을 스쳐지나간다...
체구는 작지만...언제나 나보다 더 담대한 내 아내...
역시 눈물없이 편한 얼굴로 아들과 허깅하며 아들의 등을 밀어보낸다...
담대하니 참 다행이다...
내 아들도 듬직해서 고맙다...
잘 해낼 것이라 내가 내 마음을 자꾸 다져본다...
모두들 아들없이 돌아나가는 길...
내 아내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어걸음 뒤에 그대로 멈춰서있다...
다가서니...오열이 터져나온다...
보듬고 서서...하늘을 올려보며 아빠의 눈물은 바람에 말려버렸다...
처음 보는 내 아내의 오열...아니, 내 아들의 엄마의 오열...
'하나님...엄마의 눈물을 보듬어주시고...그 아들을 지켜주소서...'
기도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내가 306보충대의 전신인 101보충대를 거친것도 다행이다 싶다...
마눌님은 적당히 둘러대는 내 경험담(?)에 그래도 위로가 되는 모양이었다...
내게 매일 물어온다...오늘은 거기서 뭐하는 날이지?...
보충대에선 정말 편하다고...오늘은 집에 소지품 부치고 그런거밖에 없다고...
정말 그러냐고 확인하곤...그럼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얼굴이다...
어제 저녁…냉장고에 있던 주스를 꾸역꾸역 다 마셔버렸다…
아들넘이 좋아해서 입대전 주일날 같이 장보며 사둔건데…
녀석이 없으니 줄지를 않고 마냥 그대로 있다…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아들넘 생각이 나니 기분이 참 그렇다…
아들 군대보낸지 이제 겨우 4일차…
새삼 여린 마음으로 오락가락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인데…
오늘 문자가 왔다…
‘최두영 이병은 8사단에서 신병교육후 8사단으로 전속,
ARS참고-육군본부-‘
그래도 어쨌거나 옛날보다는 참 좋은 세상이다…
이제보니…아들만 군대가는게 아닌 것 같다…
엄마 아빠도 같이 시작하는 군대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