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래순, 승필, 제학이와 동네에서 신년 하례회 겸 저녁식사를 하였다.
양꼬치=>호프=>꼬막
래순이는 나에게 이성과 철학을 깨우쳐 준 친구이고
승필이는 나에게 감성과 종교를 가르쳐준 동무이며
제학이는 내가 많이 부족한 논리와 올곧음을 접할 수 있게 해준 벗이다.
그런데 과연 나는 그네들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금방 떠오르지 않아서 한참을 생각해보니 하나가 떠오르기는 한데
말하기가 정말 민망하다.
내가 경쟁력을 가진 것이 그것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지만 어쩌겠는가? 하나라도 있다는 것에 위로를 할 수 밖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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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초...어느 토요일
그날은 태양의 열기로 숨이 탁탁 막혀 더위를 피해 센트럴시티 영풍문고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이 책 저 책 뒤적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식구들이 피닉스 파크로 동네 아줌마들과 같이 가는 바람에
시간이 풍성해져 버렸다.
한참 책을 읽고 있는데 점심시간 즈음 어느 여자에게 전화가 왔다.
“1시간 정도 후 후배동생이랑 양평 별장에 가는데 같이 갈 수 있어요?
이왕이면 친구 한명 데리고 나오세요”
금융기관에 근무하다보면 고객의 70~80%가 여자다.
전화 온 그녀는
그 당시 대치동에 근무하면서 내 고객 중에는 제일 넘버원의 여자 고객이었다.
워낙 세상사는 지혜가 많은 여자라 대화해 보면 배울 점이 많고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숨쉬기도 힘든 혹서의 날씨에 그것도
1시간 안에 양평 갈 친구를 찾는 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호박통을 열심히 굴린 끝에 친구에게 딱 한번의 전화를 하여 승낙을 받은 사람이
바로 최승필이다.
(그 당시 삐리는 지금처럼 하늘에 계신 그 분과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았다)
신사동 영동호텔 앞에서 네명이 조우하여 후배동생이라는 여자가 운전하는
아우디 A8을 타고 양평으로 향하였다.
운전을 하는 그녀를
뒤에 앉아 빽미러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외모도 만족스러웠으며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고 피부도 고와서
급작스런 별장여행이었지만 4명 면면이 거의 완벽한 멤버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양평 별장에 도착하여 집구경을 해보니 장난이 아니다.
안채 별채가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복도에 세면대도 있고
마당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그 당시 시세로 10억 정도 한단다.
갑자기 집주인인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후배동생인 그녀가 쏜다며
근처 횟집으로 갔다.
네 명이서 회를 먹기 시작했는데 메뉴판의 첫 사시미부터 순서대로
하나하나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먹어보자고 한다.
집만 장난이 아니라 그녀의 발칙한 아이디어도 장난이 아니다.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 예상치 못한 씨츄에이션으로 흐르는 느낌이었지만
이제 와서 내가 어떻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와 마주 앉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승필이 나 그리고 후배여자
셋이서(나머지 한사람은 술을 못함)소주12병을 먹었다....계산하면 일인당 네 병이다.
다들 술은 많이 먹었지만 누구도 흐트러지는 기색이 없다. 대단하다
한자리에서 소주 네병을 먹어본 것은 그것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녀의 말 한 한마디는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자기는 잘 때 옷을 다 벗고 자고 옷을 입으면 잠이 안온다고............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그리고 아직까지 결혼을 안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우리보다 2살 정도 어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모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아
모두들 알 수 있는 곳에서 이사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잘 안간다고 한다.
승필이의 유연하고 신뢰가 가는 이바구와 나의 흐드러지는 토킹
정말 환상의 복식조였고 그리고 조금은 까칠했던 그녀의 호감도 높은 맞장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대화 도중에 테이블 밑에서 우연히 그녀의 발과 내발이 겹쳐졌다.
그런데 그녀가 가만있다....나도 가만 있었다.
서로 맨발이라 촉감이 짜릿짜릿하여
순간 온몸에서 소리없는 열기가 술기운과 함께 확 솟아 오른다.
그녀의 발등위에 놓고 가만 있었더니만
그녀가 발을 빼 다시 내 발등위에 놓는다.
이거이 정말 난감하다. 눈이 마주쳤는데 눈빛이 뭔가를 갈구하는 듯하다고 나는
억지로 내 편한대로 자꾸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멈춰야 하는지 아니면 술핑계 대고 고고씽 해야하는 건지 정말 헷갈린다.
별장으로 돌아오니 12시 가까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집이 워낙 넓어 사람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그녀가 한 잔 더 하려는지
스텐드 바에 안주랑 술을 준비하고 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멀리서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리고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탕비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확 돌렸다.
기둥에 몰아세우고 입술을 포갰고 너무나 급작스러워
비명 소리조차 입이 막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무언의 반응을 한다.
입술의 한계효용이 체감 할 즈음
윗도리와 MBC를 동시에 위로 제쳤다.
눈부시게 하얀 두개의 보름달이 앵두 한 알 머금고 방긋이 나를 보고 웃는 듯하다.
-답글 15人(個가 아님) 이상시 후편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