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을 쓰는 찰나
그 답글이 달릴 원문이 날라가버리는 황당함이란...
어찌 되었거나
나를 향한 자네의 절절한 그리움은 잘 알겠네.
이심전심
나 또한 마찬가지고.
그러나 우리가 만나서 뭘 할 수 있겠나.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문학을 논하겠나, 철학을 설하겠나.
그렇다고 스테이크 내기 당구 한 판?
다른 사람에겐 비밀로 할테니
딱 한 잔만 하자고 꼬드길 수도 없고.
이미 자네 서한 속의 행간을 읽고
승필이 같은 친구는 눈에 쌍심지를 키고 지켜볼테니
내가 그 원성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자네가 황망히 글월을 내린 것도
다분히 그런 이유가 작용했으리라 보네.
이 모든 것 종합할 때
우리의 만남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사료되는 바
당분간이라도 나를 잊고 살기 바라네.
대신
최승필군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