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이라는데 50넘어서는 단맛이 빠졌는지
전화 오는데도 없고 딱히 전화할 때도 없는데
마침 부천성모병원 상가에 갈 일이 생겼다.
이른 상가 방문 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오류동 근처를 지나니
자기장 범위내에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온수역에 내려
이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어둠속에 나타난 정문이 그 옛날 기억에 비해 장난감 모형처럼 보였고
뭔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하다....물론 할 이야기야 많겠지?
“나 30여년 전에 잘나가던 학교야!!!!!”
3년 동안 오직 공부만 생각하며 걸었던 이 길에 친구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여기 저기 숨어있는 것 같다. 은행나무 단풍의 불기운을 식히는 안개비가
얼굴에 차갑게 스치운다.
마치 광개토왕 비처럼 예전의 영화를 그리며
충, 효 두 글자가 세월의 무게를 버거워 하는 것 같다.
이른 저녁인 7시였지만 학생들은 벌써 식사를 마쳤고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그 당시는 기숙사 어머님들이 오셔서 수요일마다 소고기를 배식해 주었는데
비기숙파는 못 먹었던 관계로
눈에 안보이는 기숙파와 비기숙파들의 갈등이 있었다.
과학관 2층을 돌아보다 어떤 분이 어슴프레한 기억이 남아있어
“저 혹시 교련 선생님~~~~~”하고 나도 모르게 불렀다.
정녕퇴직하고 70을 넘어 지금은 기숙사 사감을 하고 계시는 안택원 선생님이셨다
무척 반가워 하시며 구석구석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작년과 재작년 서울대를 한명도 못갔으나 올해는 자율고 첫 졸업생이 나오는 관계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씀도 곁들여 주셨다.
뒤로 보이는 곳이 전자 도서관.
드림팀 학습실
성적 우수한 학생들 따로 공간을 마련하여 자율학습실을 만들었다.
그럼 나머지 학생은 non-dream?????
드림실 내부..
갑자기 안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주목!!"하면서 나를 소개하며 한마디 하란다
얼떨결에 덕담 몇 마디 했는데 다들 표정이 떨뜨름하다.
후배들이라서 그런지 왠지 정이가고 모두다 예쁘게만 보인다.
자율학습실 입,퇴실 할 때 마다 이 모니터 자기 자리에 표시가 되고 15초 이내로 부모님께 문자로 통보가 된단다.
"허~~~~걱" 순간적으로 조지 오웰의 1984 가 생각났다.
좀 심하다....학생이 아니라 학교가.
자율고로 바뀌면서 경제논리가 작동되어 학생들이 더욱 훈육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