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백구가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아니 떠나 보냈다. 2012년 11월 10일 15시경.
서울 살다가 경기도 광주에 보금자리를 틀던 2001년 3월에 30만원을 주고, 족보 있는
어린 강아지를 데려왔으니 거의 12년을 산 셈이다.
며칠 전부터 백구가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듯하고, 밥 먹을 때만 집밖으로 나오는
것이 좋질 않아 동물병원 원장을 불러 치료를 하려 했는데, 눈을 발로 긁어 홍체가
찢어져 썩어가고 있다고 했다. 눈을 적출해야 하고,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데,
수술도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큰 개이기 때문에 마취 후에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수술에 성공해도 장님으로 살아야 하고, 현재 상태는 많이 고통스러울 거라는
얘기를 듣고, 집 앞 숲속으로 데려가 안락사를 시켰다.
원장이 주사를 놓고 내가 땅을 파는 사이 백구의 심장이 멎었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끝났다. 주사를 놓기 전
“백구야 미안하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신경 썼더라면 네가 좀 더 우리와 같이
살았을 텐데” “앞으로 개 못 키울 것 같아요”
“자신의 천명을 다 했다고 생각하세요” 원장이 위로를 했다.
이사오면서 내가 전원생활에 적응하며, 아침 산책을 할 때 산으로 데리고 다니고,
아이들과도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한 번 왔다간 친척들과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한 번 본 이후로는 절대 짖지 않고, 멀리서 들려오는 식구들 차소리를
기억하는 영특한 아이였다. 동네 개들과 싸우면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용감하고 근엄한
아이였다. 새끼를 남겨주려고 선배로부터 재작년 봄에 강아지 암컷을데려다 놓았는데,
결국 새끼를 볼 수 없게 되었고 암컷만 혼자 남게되었다. 하루를 지나면서 뭔가
이상한지 자꾸 낑낑거리고, 식사를 잘 안 한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아무도 없는 시간에 행한 일이다.
먼저 들어온 아이들 엄마와 막내딸에게 설명을 해주고, 저녁에, 학원 갔다 온 작은
아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더니 밤중에 밖으로 나간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백구 묻힌
곳에 간다고, 지금은 밤이라 볼 수 없고, 내일 아침 밝아지면 모두 가서 기도하자고
했다. 밤늦게 기숙사에서 돌아온 큰아들에게 설명 했더니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살았는데 라고 한다.
어제 늦은 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도 계속 비가 온다. 아침 식사 후에 아이들과
같이 묻힌 곳을 찾아 잠시 있다 왔다.
큰아이의 카카오스토리에 “요즘에 기숙사에 있어서 잘 못 돌봐줘서 미안해 ㅠㅠㅠㅠㅠ
저 세상 가서도 행복해야 돼 ㅠㅜ”
둘째 아들 카스에 “ 기분이 영 아니다…미안해… 내가 잘 보살펴 줄껄…”
어제는 하루 종일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 댄다.
country 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