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 지나가는군요.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 참으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소신대로 아버님 빈소를 차리지 않았습니다.
삶과 죽음은 바람과 같아서 세상에 한줌의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는 것이
고인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화장하고 안장하는 날만
주위 친지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장례를 치루고 가벼운 다과와 담소를 하며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총 비용은 1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상주로써 욕 먹을 각오를 했는데 다행히 주위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니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년 여 동안 병간호를 했을 뿐인데도 이런 마음이 드니 장기간 병간호하시는 분들은
진정 존경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고아가 됐다고 농담도 하지만
이제야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 남 눈치 안보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핑계로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고 못했던 일들을 하려고 합니다.
길지 않은 삶 속에서 일단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죽음을 맞이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가끔 만나면 주책없이 술만 많이 마신다고 타박하지 말고...
맨 정신으로 있을 때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취한 모습은 너그럽게 봐주길 바라며...
앞으로 늙어 갈 고교 동창들이 자주 만나 정을 나누며 남은 세월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고생하는 감투 아닌 감투를 쓰고 고민하는 정천이를 위해서도...
그런 의미에서 5월 18일 은사와 함께하는 산행에도 동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