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100%면 등록금 무료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04-13)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우선 가엾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못된 세상 만나 갖은 고생 다하고 심지어 등록금 때문에 여학생이 야간업소에 나가 술을 따릅니다. 남학생은 호스트바에 나갑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것입니다. 좌절이 심하고 희망이 안 보여 목숨을 끊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자살하는 대학생들의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가슴이 멥니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죄 많이 진 어른들입니다.
안 되는 건 조상 탓이고 잘되면 제 복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조상 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조금만 더 제대로 된 세상으로 만들었다면 우리들의 자식들이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난이야 어느 세상에나 있기 마련이고 자신이 못나고 게을러서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어 백수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면 이건 자신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삶을 마련해 줘야 할 의무 역시 국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제대로 못 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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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
이명박 정권이 잘못하는 일은 일일이 꼽을 수도 없고 아무리 칭찬 좀 해 주려고 잘한 일을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원래 반이명박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남들한테 물어봐도 대답은 비슷합니다. 이제는 욕을 하기도 지쳤다고 합니다.
국민을 하늘처럼 모시고 국민은 바로 하늘이라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말을 하는데 이건 하늘은 고사하고 종도 그런 종이 없으니 땅을 칠 노릇입니다.
747 풍선을 띄우고 ‘국민 여러분. 잘 사세요’ 등등의 선거공약은 이제 입에 담기도 역겹습니다. BBK도 그렇고 다스도 그렇고 도곡동 땅도 그렇고 국민들은 이제 지쳤습니다. 여론조사가 20%대로 고꾸라졌다는데 보도를 보면 여론조사조차도 조작을 했다고 하니 도대체 진짜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요. 신공항백지화 여론이 나쁘니까 홍보를 했는데 배후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정상적인 나라가 보여주는 꼴인가요.
그래도 좋습니다. 어차피 우리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 도리가 없습니다. 손등 찍으면서 참는 수밖에 없죠. 어찌합니까.
부모는 산에다 묻고 자식은 가슴에다 묻는다고 합니다.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KAIST에 입학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는데 어느 날 그 자식이 싸늘한 시체로 변해 돌아왔다면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묻는 놈이 미친놈이겠지요.
비단 KAIST가 아니라도 대학 나와 취직해서 호강시켜 주길 바라지는 않더라도 제 놈만은 사람대접 받으며 살기를 바랐는데 다락같이 높은 등록금 마련 못해 휴학하고 등록금 번다고 술집에 나가 일했다는 자식을 보면 부모 마음은 칼로 저미는 것 같겠지요. 등록금 반으로 줄인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공약에다 오물을 퍼붓고 심은 심정일 것입니다.
KAIST에 서남표란 인간은 목숨을 성적으로 평가해 그 똑똑한 제자들 목숨을 끊게 만들었습니다. 제 목숨 제가 버리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할 건가요. 성적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목숨이 있고 난 다음에 성적입니다. 공부 잘하는 놈도 사람이고 못하는 놈도 사람입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더 많고 많이 배운 사람보다 못 배운 사람이 세상에 더 많습니다. 사람을 그렇게 자로 재듯 해서는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힘든 것은 취직 못 해 사람대접 못 받는 젊은이들만이 아닙니다. 등록금 못내 유흥업소에 나가는 대학생들만이 아닙니다. 시장에 가서 무 배추 한 단 사는데도 지갑을 생각해야 하고 애기 먹일 우유 한 병 사는데도 신경을 써야 하는 주부들도 여간 힘이 들지 않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지만 물가 오르는 것도 세계 경제 탓으로만 돌리면 정치는 왜 하고 경제 관료들은 왜 있는 건가요. 더구나 정책이라는 것은 믿을 수도 없고 오늘 발표했다가 내일 바꾸고 실패하면 남의 탓 대고 항의하면 찍어 누르는 정치가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습니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나요.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입만 열면 헐뜯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전쟁 터질까 떨고 살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믿지 못하는 국민들 많습니다. 아무리 믿으려고 해도 믿지 못할 게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 많은 부하들 잃고도 책임지는 지휘관은 없습니다. 이런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그런 국민도 문젭니다.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를 빨갱이라고 규탄하며 북으로 보내라고 여의도에서 소리 지르며 집회를 하더군요. 헌데 왜 지르는 소리에 그렇게 힘이 없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김제동이라는 아주 특출한 연예인이 있습니다. 참 좋아합니다. 이유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할 말은 하는 연예인이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음악회 사회를 봤습니다. 그때 흐르는 빗물과 함께 김제동 씨의 눈물도 모았습니다.
김제동 씨가 선거에서 투표하라고 호소했습니다. 투표율이 50%면 등록금이 반으로 줄고 100%가 투표를 하면 등록금이 무료가 된다고 했습니다. 김제동씨 의 말이 맞고 안 맞고는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투표율이 높으면 정치가 바뀌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사실이 증명합니다. 언론이 말하는 유식한 말로 전하면 팩트라는 것입니다.
17대 총선의 투표율은 60.6%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이 152석, 한나라당이 121석으로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를 넘는 원내 제1당이 되었습니다.
18대 총선 때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46%의 투표율을 통해 한나라당은 153석 민주당은 81석을 차지했습니다. 저조한 투표율이 한나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죠.
17대 18대 총선에서 알 수 있듯이 투표율이 높으면 한나라당이 집니다. 이것은 바로 젊은 층과 30-40대가 투표에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갈린다는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그러니 안 됐지만 한나라당은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저조하기를 바랍니다.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가 한 말이 인상 깊습니다. ‘분당을에서 삼사십 대가 투표를 하겠냐’ 글쎄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죠. 속이 들여다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대선 때 단일화가 무산되고 젊은이들의 휴대전화가 불이 났습니다. 모두 투표를 하라는 독려 전화였습니다. 서울에 사는 며느리가 부산에 시아버지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습니다. 노무현 안 찍으면 이혼하겠다고요.
오전에 저조했던 투표율이 오후에는 급상승했습니다. 결과는 노무현의 당선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이들의 투표가 정치를 바꾼 것입니다.
김제동 씨가 말한 50%의 투표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게 하고 100%면 등록금이 무료라는 말이 거짓이 아닙니다. 지금 사립대학에 쌓아놓은 돈이 얼만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등록금은 일 년에 천만 원씩 받습니다. 이런데도 투표를 안 할 수 있습니까. 투표로서 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외손자 둘이 대학생입니다. 세상없어도 투표하는 애들입니다. 누구를 찍는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빠지지 않고 투표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통해 업어주고 싶습니다. 투표 안 하면 집에서 절대로 용서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늘 말했습니다. 투표를 하지 않으려면 정치 욕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요.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그 좋은 투표라는 방법이 있는데 하지를 않고 욕만 한다면 공부 못하는 놈이 연필 탓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정치인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표가 무서워서입니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동네 강아지한테도 절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압니다. 어느 정치인이 형편없는 개차반인지 잘 압니다.
택시 안에서 신정아의 목 단추를 풀려고 땀 흘리는 기자출신 국회의원 나리는 집에서 편히 쉬게 해야 합니다. 하버드 대학이나 들먹이는 의원도 국정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남의 작품 표절이나 하는 의원도 쉬어야 합니다.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껴안고 사진 찍는 분도 퇴출대상입니다. 방사능을 핑계로 불순분자로 윽박지르는 분도 문제입니다.
선택은 바로 국민이 하고 특히 젊은이들은 표의 중심에 있습니다. 못된 정치인에게는 영업정지 명령서가 되고 좋은 정치인에게는 격려의 훈장이 됩니다. 이번 4·27 재보선이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로 내년 총선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집권당이 정신을 차려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총선이 시작되면 출마자들은 자기가 일 잘하는 머슴이 되겠다고 떡 먹듯이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당선이 되면 머슴이 아니라 상전입니다. 머슴은 말 안 들으면 주인이 바꿔야 합니다. 머슴의 정년은 4년입니다. 가차없이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머슴을 써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국정을 운영하는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표를 안 하는 사람은 애인 자격도 없습니다. 가차없이 헤어지세요. 고무신 거꾸로 신어도 욕 안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죄 많은 사람이 부탁을 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직장 얻지 못하고 백수 노릇 하는 친구를 위해서 투표하십시오. 등록금 마련하기 위해서 유흥업소에 나가는 친구를 위해 투표하십시오. 목숨을 끊은 친구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투표하십시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투표하십시오. 대한민국을 위해 투표하십시오.
2011년 04월 13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