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얼마 전 수학 전임 교사를 한 명 초빙하게 되었다.
내가 수학문제를 출제하고 면접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문제 졸라 어렵게 출제했다.
그런데 70점이상이 두 명이나 된다.
내가 출제했지만 내가 시험 봐도 그 점수 안 나온다.
1차 시험 통과자 면면을 보니 SKY에 성대 이대 교원대 출신들이다.
시범 수업도 장난 아니게 잘한다.
인강을 듣거나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해 해당 단원 충분히 준비해 온 것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파워 포인트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TV에 띄워 논 영상화면이 폼나게 변화한다.
문제는 돌발 질문이다.
공지되지 않은 심화 개념을 질문 하니 여기서 막힌다.
목소리 데시빌이 급격히 떨어지고 충만했던 자신감도 흔들린다.
면접... 인성 및 교육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지원자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자신의 할 말을 조리있게 잘한다.
문을 나서며 몇몇 여자 지원자 샘들은 돌발 질문 때문이었을까 눈시울을 붉힌다.
심사위원들의 종합 평가가 이어진다.
학습지도안을 책자로 만들어 온 지원자는 오히려 지나치다며 감점을 받고, 파워 포인트를 멋지게 활용한 지원자는
수학은 분필로 푸는 과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며 역시 감점.
반면 수업 도중 버벅이는 모습은 사고의 여백을 준다며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
S대 나왔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는 논리가 등장 한다.
스무살 때 실력이 평생 인정받는 대한민국이여~
고등학교 때 생활기록부도 살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생기부 보는 것은 반대다. 뭐, 살짝 참고하는 정도야 그럴 수 있지만
판단의 결정적 변수가 되어서는 곤란할 듯 싶다. 결정론적 시각에 반대라는 뜻.)
담임샘의 종합 의견란 보며 온갖 추축이 난무한다.
지원자들 생기부는 대부분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로 한 줄 끝이다. 와우 오호 통재라~
우리 배화 샘들은 아주 자세히 아이의 장점을 써 준다.
교과 담당샘들도 세부능력 특기사항란에 칸이 넘치도록 써 준다.
격론 끝에 K 대 출신의 지원자가 낙점되었다.
수업을 제일 잘했고 돌발질문도 그나마 무난하게 처리한 점, 전임학교에서 논술 지도 경력등이 인정되었다.
여기서 밝힐 수 없는 엄청난 논란이 있었고, 결국은 추가 면접을 통해서 통과되었다.
나는 심사위원으로서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갈등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후배는 나보고 순수하고 용감하다고 했지만
사람에 대한 판단이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서 극과 극을 달린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나는 이 일을 경험하면서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의 기준과 시스템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