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의 체육대회 후기- 다음은 2회 김용민 선배의 글입니다.
11월 27일 토요일 2시 반 : 11월의 마지막 주일이건만 기온은 영상 15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였다. 시험준비를 한다는 딸아이는 집에 둔 채 대덕중학교로 향하였다. 널찍한 운동장, 탁트인 시야가 시원한 학교교정에서 김기석 체육부장이 마중을 한다. 체육관에는 이미 부지런한 몇 가족이 와있었다. 배드민턴 코트가 세 면, 탁구대가 두 면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미 서둘러 배드민턴을 치는 가족들..
처음 보는 고우영 닮은 미남 청년이 오가길래 이 학교 체육 선생님인가 했더니 갑자기 다가와서 우신 7회라고 자기 소개를 한다(나중에 8회임이 확인된 신현철 동문).
아이들은 대개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이미 학교에서도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였겠지만(예를 들면 나의 아들 김건중과 이용욱 아들 이태준은 같은 문지중 3), 이렇게 따로 밖에서 만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이 친구를, 언니 아우를 사귀어 간다. 안경쓴 꼬마 한태균 아들은 출중한 사교력을 갖춘 자로 왕성한 활동 끝에 나의 막내 지은과도, 첫째 건중과도 금새 친해졌다.
애들 뿐 아니라 그들의 엄마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구면인 경우도 있지만 처음보는 엄마들끼리도 짧은 시간 안에 가까와지는 모습을 본다.
부부 대항 배드민턴 시합이 시작되고, 이때 아이들은 김기석 선생님 지휘하에 탁트인 운동장에 진출하여 피구시합을 벌이며 전우애를 키워간다.
실내에서는 배드민턴 시합의 열기가 고조된다. 나의 첫 상대인 한태균 부부는 공교롭게도 모두 손을 다친 정형외과환자 부부였다. 한태균은 심지어 왼손으로 play를 하는 처절한 투혼을 보였다(형평을 이루기 위해 나도 한번 왼손 플레이를 시도해 보았는데 도저히 그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놀라운 왼손 실력을 갖추긴 했지만...)라 이길 수도 없고 질 수도 없고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우리가 져준다(?) 해도 그들 부부의 앞날은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과, 또 무리하다가 추가 부상이라도 발생하면 안 된다는 의학적 우려 끝에 결국 우리 팀의 승리로 끝났다. 2차전 상대는 부전승으로 올라온 8회 신현철 부부.. 팀 평균연령의 현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장 팀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 팀은 예의를 갖추기 위해(?) 두 게임 모두 full set 접전을 치루느라 지쳐가고 있었고, 결승전 상대는 이에 반해 두 팀을 파죽지세로 깨고 올라와 이미 한참을 쉬며 기다리고 있던 성태경 부부였다. 첫 세트는 그래도 우리 팀의 승리.. 그러나 두번째 세트부터 상대팀의 공격은 날카로와지기 시작한 반면 우리편 두 老軀의 움직임은 둔해만 가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세트에서 우리 마누라는 의식이 혼탁해진다며 어지러움증과 함께 중간에 퇴장하였고, 결국 우승자는 성태경 부부!! 와~~ 공포의 왼손잡이 성태경의 날카로운 찌르기도 무서웠지만 샤라포바의 대포알 서브를 방불케하는 성태경 부인의 막강한 스매싱을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 땀이 흐른다.
결승전이 끝난 5시 경 이미 다른 코트에서는 아이들끼리 배드민턴 시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탁구 치는 이, 야구하는 이, 배구공 놀이 등 자유로운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윤상구 아들 병훈 형제와 함께, 시험공부를 하던 나의 딸아이도 등장하였다. 짧은 여유를 틈타 탁구 시합을 하였다. 윤상구-이병희 조와 김용민-신현철 조의 복식 시합은 말 그대로 용쟁호투.. 마지막 3세트도 20 대 20으로 타이를 이뤘을 때, 주최측의 집합 구호가 들려와 결국 win-win game으로 끝났다.
체육관 안은 밝은 조명 아래 흐르는 땀의 열기가 솟고 있었지만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따스하기만 한 늦가을 날의 저녁은 이미 와 있었던 것이다 .
참석 가족 : 2회 김용민 6명 (중 3 아들과 중 1, 초 6, 7세의 세 딸)
4회 한태균 5명 (둘째 딸은 아빠, 엄마의 고통을 나누고자 함인지 피구 중 손가락을 부상당하였다. 아들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전체를 누비며 다니고 있었다)
4회 이병희 3명(딸 하나), 성태경 4명(딸 둘) 이용욱 4명(중3 아들과 KBS 합창단원인 4학년 딸), 정일창
5회 윤상구 4명(아들 둘), 김기석
8회 신현철 부부
나는 개인적으로 실컷 운동하며 땀을 흘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부인들, 아이들, 우리 동문 가족들이 서로 사귈 수 있도록 좋은 기회가 된 것이 특히 보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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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같이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참석해준 모든 가족, 그리고 학교 행사를 희생해가며 이 행사를 준비해 준 김기석 동문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판묵 동문, 이규일 동문 등 동참하려고 했다가도 같이 할 수 없었던 모든 동문들도 마음은 다 한 곳에 모여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회사근무를 하고 저녁 식사 때 합류한 박한오 가족도 정말 반가왔어요.
다음 기회에는 더욱 많은 가족이 모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간과 정력, 그리고 기억력이 된다면 낮의 운동보다 몇 배나 더 즐겁고 재미있었던 이날의 일기 제 2탄(저녁, 그리고 밤)을 다음에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혹시 다른 동문이 더 자세히 올려주시면 감사하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