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봄의 햇살아래 대지가 음악처럼 부풀어 오르자, 우리들 가슴도 부풀어 오릅니다.
순결하게 피어난 교정의 목련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핏빛 멍이배어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그리움이 붉은 생채기로 고스란히 남아있군요.
빨간 동백은 먼저 핀 꽃 나중 핀 꽃 다툼없이 새색시 연지 같은 미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교실의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겠지요.
조금 늦게 이해하는 아이들도 동백꽃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무리지어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꽃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더욱 아름답듯이 아이들 이름을 한명 한명 불러봅니다.
쉬는 시간 사진첩을 펼쳐놓고 소리없이 한명씩 호명을 하며 이야기를 걸어보면 사진속 아이들도 미소로 답례합니다.
누군가 수업은 예술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축제이고 싶습니다.
즐거운 만남속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소통속에 아이들의 성장은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의 제 수업은 그렇치 못합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지만 아이들 마음에 감동을 주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잘 못 알아듣는 아이 앞에 제 마음은 조급해지기도 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옹졸해지기도 합니다.
수업이 ‘자기 만족’에 머물지 않고 ‘자기 부정’에 이르러야 하는데 아직도 난 내공이 부족한가 봅니다.
촛불이 자기 자신을 밝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교정의 벤취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무슨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비누 방울 같은 웃음을 떠뜨립니다.
아이들 웃음이 하늘로 비상하며 배화교정의 구름발치에서는 오색의 색종이 가루가 너풀거리며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