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년 전인가 요즈음 같은 늦은 봄 날
한강변 벚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던 그때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많은 꽃잎 떨어지니 그 슬픔 견딜수 없어서....."
금요일 저녁에 혼자 한강변을 뛰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야 임마 빨리 와, 여기 고속터미널 옆 샴푸나이트 5번 룸이야”
고등학교 동창 세명이 나이트에서 술 먹다가 나를 부른 것이다.
“지금 운동복에 운동화 신고 있어 가기 힘들어”
그래도 그냥 다짜고짜 오란다.
안그래도 불금이여서 심심했던 차에 못 이기는 척
운동복장으로 샴푸나이트 5번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처작주(내가 있는 자리에서 주인이 된다)
어떤 자리이건 주인공이 된다는 나름의 신조가 있어서
기죽지 않으려고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예상 했던대로 벌써 부킹이 되어 남자 셋 여자 셋이 주거니 받거니
벌써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선수나 프로만 장소의 목적에 부합하기에
철저하게 변신해야 한다.
나는 방을 한번 둘러보고 여자 세 명 중 제일 괜찮다고 생각한 여자에게
들어오자 마자 내 핸드폰을 던졌다.
“전화번호 찍~~어~~~욧!!!”
여자가 기가 차는지
“아니 이거 뭐 하는 거예요?”
나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당신이 전화번호를 찍는 순간 그쪽분의 인생은 새로운 멋진 날이 올 겁니다”
내가 말해 놓고도 속으로 얼마나 웃긴지 ㅋㅋㅋㅋ
그 여인은 꼬방귀와 한숨을 뒤섞어 기가 찬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손가락은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여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면 안된다.
나는 들어와서 1분도 안되어 아무도 못한
최고걸의 전화번호를 따낸 것이다.
외항선을 타는 친구가 오랜만에 귀국하여 환영회 하는 자리였는데
근처에 사는 나를 오라고 했고
나는 전번 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할지 그 생각밖에는 없었다.
2시간 가량 시간이 흘렀고 다들 놀기에도 지쳐
나이트 밖으로 나오니 자정이 넘었다.
집이 어디예요? 내가 물었다
"잠원동이요"
헉~~~~~~~(같은 동네다)
어느 아파트요??
"대림아파트요"
헉~~~헉~~~~~헉(바로 옆 동이다)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제가 바래다 들이겠습니다 하고 같이 택시를 탔다.
택시 속에서 서로의 다리가 닿았지만
아무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
(혹 윤리 심의위원회 규정에 위반이 된다면 즉각 중단하겠사오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