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벽 사진입니다
우리 나라는 유난히 山이 많지만 높지가 않아 위험성이 적은 편이다. 그래도 산에는 바위와 절벽 등 위험 구간이 있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산행 사고가 많이 나는 山은 어디일까?
의외로 높은 편에 속하는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이 아니라 서울에 위치한 삼각산(북한산)이다. 삼각산에서 사망 또는 중상의 산행 사고가 많은 이유로는 가까운 위치로 인해 연간 450만명의 인파가 찾는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로는 설악산과 더불어 암벽과 암릉이 많은 지형으로 위험구간이 많다는 점이다.
삼각산은 서울 어디에서나 1시간 이내로 접근이 가능하며, 많은 시간 소요되지 않고 쉽게 산에 오를 수 있으며, 코스만 바꾸면 쉽게 릿지 산행을 할 수 있고, 또한 무수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삼각산을 찾기에 사고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 같다.
삼각산은 높지 않기에 산행하기 쉬우면서 아울러 절대로 얕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일상적인 산행로를 워킹한다면 매우 편안한 산이 되지만, 일반인들이 경험없이 가기 어려운 능선을 오른다면 실수 또는 기술적인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자연은 인간을 포용하고,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고....인류의 역사가 아닐까...
[스크랩] 목숨건 ‘리지’ 주의보
서울신문 2005.5.23 유영규 기자
휴일인 22일 오전 11시쯤 북한산 국립공원 내 원효봉 말바위 암릉(바위능선)을 오르던 최모(45·여)씨의 발이 미끄러지며 허공을 갈랐다.1시간에 걸쳐 원효봉 중턱까지 안전장치 없이 기어오르던 최씨의 몸이 순식간에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40m 아래에서 최씨는 겨우 소나무 가지에 몸이 걸려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머리와 온몸이 바위에 부딪히면서 곳곳에 심한 골절상을 입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숨은벽(고래등바위)을 안전장비 없이 오르던 전모(51)씨가 70m 아래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산행 초보였는데도 호기심에 남들 따라 암릉을 탔던 게 화근이었다.
●올 등반사고 사망·중상자 작년보다 55% 증가
봄철 산행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산악 등반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짜릿한 쾌감을 위해 아무런 장비 없이 깎아지른 바위능선을 맨손으로 타는 ‘리지족’이 늘고 있는 탓이다.22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5일까지 전국 18개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등반사고 관련 사망·부상자는 230명(사망 9명, 부상 2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8명(사망 8명, 부상 140명)에 비해 55.4%나 증가했다.
특히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도심 근교 산악에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북한산의 경우 1999년 85건이던 등반사고가 지난해 157건으로 5년 새 거의 두 배가 됐다. 올들어서도 이달 15일까지 59명의 사고·중상자가 발생,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암릉 등반사고의 비중이 높아서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산에서 등반사고로 숨진 9명 중 6명(만경대 3명, 숨은벽 2명, 설교벽 1명)이 리지족이었다.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김병천(44) 대장은 “밧줄도 없이 맨몸으로 절벽을 오르는 리지족들은 대부분 사고가 나면 사망 아니면 중상”이라고 말했다.
●짜릿한 기분 맛보려 중년층까지 가세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암릉 등반은 ‘극한 스포츠’의 하나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마니아층 외에도 일반 산악회 회원과 40∼60대 남녀 중장년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산악구조대측은 “주말이면 북한산에만 5000여명의 리지족들이 목숨을 건 산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등반 능력을 시험하거나 일행들에게 뽐내기 위해 일부러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암릉 등반의 위험을 알리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리지 열풍은 꺾이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암릉 등반을 막기 위해 정규 산행로 외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안내판을 세우고,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리지족은 암벽 사이에 박혀 있는 안전말뚝을 빼 버리기도 한다.
부인과 매주 암릉 등반을 즐긴다는 회사원 구모(54)씨는 “리지족들 가운데 이러다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아찔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오르는 과정의 스릴과 정상에서 느끼는 뿌듯함은 일반 등산로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어 이제 다른 산행은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산악구조대장은 “마치 장비를 갖추고 암릉을 타는 것이 촌스러운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문제”라면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암릉 등반은 암벽 등반보다 오히려 위험 요소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