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군이 중국이야기 좀 하라하니 번뜩 생각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다. 89년에 처음 중국에 발을 디뎠으니
중국과 인연을 맺은지 이미 14년 정도 되었다.
92년 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심양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참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처음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나는 중국 공산당에 분노했었다.
늦어도 21세기 전에는 망할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나는 나의 사업이 비교적 안정되어가던 96년경부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곳 사람들이 술 한잔 먹고 정치이야기하면
단골메뉴로 나오는 말이 '(중국)공산당이 없으면 중국도 없다.'는
말이다. 나는 이 평민들이 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아니 나 스스로 그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대학원시절 자본론과 모순론을 읽었던 나로서는 공산당을 안다고
자신했었던 것이다.
96년 경 부터 사업이 안정되고 시간적 여유도 생겨서 책을 읽기 시작
했는데 주로 철학책을 많이 읽었지만 중국근대사 내지는 중국공산당사
등도 읽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간과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중국
공산당을 그냥 공산당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동아시아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그사람같다고 한다.
우리도 서양인들을 처음 볼 때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류의 간과함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사이에도 존재한다고 본다.
중국 공산당을 보다 면밀히 바라보면서 나는 점점 그들의 그 끈기와
치밀함, 마오(毛)등으로 부터 내려오는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노하우등을
경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외국인인 나의 눈에 한마디로
그들은 수권 정당다웠다. 믿음직스러우며 민심을 놀랄만큼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
마오주석등이 장개석정부에게 쫒기어 대장정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끈기와 정확한 민심읽는 능력, 민심을 얻는 능력등은 현 중국정부에 그대로
살아있었다.
나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어느 가난한 공산당원은 술자리에서 내가 그를
조롱하는 듯이 공산당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면 전혀 분개하지 않고
말한다. '나는 진정한 공산당원이 되고자 노력할 뿐이다.'
아직도 중국에 이런 공산당원들이 즐비하다는 애기다. 비록 부패된 자라
하더라도 그들은 공산당 정신에 어긋난 자신을 최소한 알고는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부패를 자정하는 힘으로 공산당 사상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제 중국 공산당을 북한 공산당과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극좌와 북한 공산당을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공산당과 한국의 극좌에게 권유하고 싶다. 중국 공산당의
그 수권능력을 좀 철저히 연구하라고. 특히 일제, 장개석 정부등과
열악한 상태에서 싸우며 민심을 얻어가는 그 놀라운 노하우를 좀 배우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