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표현으로 공정한 게임룰을 만들자는 것이겠죠...
그래도 한번 읽어보고 그 추이를 보는것이 좋겠습니다
정치개혁 더 미룰수 없다 ①'개혁표류' 현주소
“잘 될지 의심스럽다. 아마, 정치인들은 잘 되지 않는 책임을 어떻게 하면 남한테 떠넘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느라 고민할 것이다.”
천정배 통합신당 의원은 “정치개혁은 정치인 스스로 하는 개혁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 전에는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정치개혁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까지 어떻게 변질되고 좌절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는 다른 의원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 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한 번 해봅시다”라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면, 약속한대로 11월 말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도 “의원들의 발목을 묶는 일이라 큰 저항이 예상된다”며 “일부 진전은 있겠지만,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약속한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단체들도 기대와 함께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과연 자신들의 목을 조이는 ‘결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후원금 기부자 신원공개 등 시민단체들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문제에 대해선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의구심은 정치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숱한 ‘약속위반’에 터잡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선거공영제 확대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와 관련한 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입법화되지 못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대선공약의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대선 이전에 국회에서 입법작업을 마치라”고 촉구했지만, 국회의원들은 끝내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대표경선 과정에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획기적인 정치개혁을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엔 말을 꺼내지 않다가 재신임 국면에 접어들어서야 추진 일정을 내놓았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 범국민정치개혁특위 구성도 약속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자”는 시민단체의 면담 요청에 오랫동안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수많은 개혁안들을 만들어냈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고 이를 실천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현행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났는데도 현행 선거구를 그대로 두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온갖 기기묘묘한 ‘게리맨더링’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전국구를 없애고 지역구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
이런 파행은 선거구 조정에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들이 정개특위에 다수 참여한 데서 이미 예고돼 있었다. 정개특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과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이웃 시·군·구의 일부 인구를 떼어와 선거구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구 통폐합 법안을 제출했다. 현행 법이나 기존 관행에 정면 배치되는 ‘게리맨더링’이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은 선거구 인구하한선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선거구가 없어질 수도 있는 처지다.
김용균 의원은 정치개혁에 대한 ‘적대감’마저 드러낸다. “마치 정치개혁이 안돼 권력형 비리가 생기는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100만원 이상 기부자의 이름을 공개한다고 우스꽝스러운 얘기다. 그게 무슨 정치개혁안이냐. 사람 귀찮게만 만드는 것이지.”
정치개혁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 상당수가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보다는 정치개혁을 막으려는 ‘개악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왜 이런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 의원은 “정치인들에게 정치개혁을 맡겨두는 것은 고양이가 스스로 목에 방울 달기를 기대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국회의원들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를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겨둬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개혁 논의에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각당은 이런 여론의 압력 때문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받아들이면서도 구속력이 약한 ‘자문기구’ 형태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
각 당이 정치개혁 방안을 의원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아예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개혁을 내건 온갖 약속이 표류돼 온 모습을 돌아보면, 당 지도부는 정치개혁을 내세워 생색을 내지만 정작 입법 과정에선 의원들이 온갖 핑계를 들이대며 개혁입법에 브레이크를 거는 양상이 나타난다. 지도부는 약속하고, 의원들은 이를 뒤집는 일종의 ‘역할분담’인 셈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관계자는 “각 정당이 말만 하지 말고 정치개혁안에 대한 확실한 당론을 정해 특위에 제출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