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10/24)판에서 몇개 보이는 대로 긁어보았습니다.
경제인들의 시각도 한번 볼 필요가 있지 싶어서....
[사설]고건 총리가 최근 변했다
고건 국무총리가 변했다. 잇단 소신 강성발언으로 세간에 화제를 모으 고 있다. 국정현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명확히 하고, 선도 분명하게 긋 는 등 평소 그답지 않은 행보다. 더구나 APEC 참가로 대통령 부재 중 그 런 모습을 보여 그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해석도 분분하다.
고 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야당이 국정혼란의 책임이 어디 에 있느냐고 추궁하자 대통령과 그의 측근, 그리고 정부에 있다고 해 주 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요즘 경제정책이 좌파적이라는 지적에는 뭐가 좌파적이냐며 거칠게 항변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서도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는 식의 우회적 인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 대선 공약인 호주제 폐지 법안이 차 관회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 올라오자 논의 끝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 요가 있다며 상정을 보류시켰다.
뿐만 아니다. 평소 무색무취, 원론적 대처, 노회한 행정가 등 수식과는 달리 고 총리의 최근 모습은 무언가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느낌을 준다 . 아슬아슬한 면이 없지 않지만 우리는 그가 모처럼 보여준 태도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시 말해 그 동안 고 총리가 국정수행에서 너무 기대에 어긋난 2인자 행보를 보여왔다는 반증이다. 세간에서는 결별수순 이라느니 홀로서기라느니 말이 많지만 이에 개의할 필요는 없다. 총리로 서 의연한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기 원하는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분명한 철학으로 사심 없이 국정에 임하는 명실상부 한 총리의 자세다. 경제는 좀체 좋아질 기미가 없는데 국정혼란은 가중 되고 있다. 청와대와 신당 간 파열음은 심각하다. 이런 판에 국무총리마 저 흔들리면 상황은 진짜 어렵게 된다. 국회 출석에다 부동산종합대책 등 주요 국정을 챙기느라 좋아하는 테니스도 중단했다는 고 총리다. 이 참에 국가혼란을 수습하고 재신임 정국에 걸맞은 책임총리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사설]부동산대책 흔들지 말라
예고된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수그러들었던 강남 집값이 다시 들 먹이는 게 수상하다.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도입 검토 발언에 따라 쏟아져 나왔던 급매물이 사라지고, 가격 강세 지역도 나타 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정부대책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는 까닭이 다.
대통령까지 나서 반드시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하는데도 상황이 이 정도 라면 심각하다. 경제장관은 물론 정부 각료들이 도대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분양가에 거품이 있다면 원가 공개라도 적극 추진하고 투기선도 지역에는 한시적으로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 게 왜 어려운지 궁금하다. 실시는 나중에 상황을 봐 가면서 하더라도 대책 발표를 앞두고 후퇴 기미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장경제를 지키 기 위해서도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보유세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재산세를 대폭 강화해 비싼 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늘리자는데 갖가지 변명이 많다. 정공법은 놓아두고 가지인 부작 용을 확대해 실시를 주저한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이끄는 이 사회 지 배 내지 부유 계층의 심사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배경은 이해한다. 그러 나 지금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다. 서민층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상대적 으로 낮게 한다면 선거에도 유리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20여 차례가 넘는 부동산대책은 땜질식 미봉책으로 끝났다. 오히려 집값을 부채질해 정부의 신뢰도만 여지없이 곤두박질쳤 다. 이제 누군가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버블은 생기면 반드 시 터지는 법이다. 강남 불패는 곧 '참여정부 필패'를 의미한다. 부동 산투기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층이고 중산층이다. 서울 강남 등 몇몇 특 정지역 이외 대다수 국민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희망을 앗아 간다면 이 나라 장래는 없다. 참여정부의 장관들은 자신의 진퇴를 걸고 이번 부동산대책에 임해야 한다. 자꾸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세상읽기]대통령의 리더십
요즘 나라 안의 형편이 도무지 말이 아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온통 먹구름에 뒤덮였다.
노무현대통령이 전격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해 국민들을 뒤숭숭하게 만들더니 정치권도 당리당략에만 신경 쓸 뿐 민생문제는 안중에도 없다.
여기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와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처리를 놓고 보혁(保革)갈등이 심화되고, SK 비자금 사건으로 정치권에 또 한 번 회오리바람이 불 어닥칠 전망이다. 갈수록 태산인 것은 노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국정의 방향키가 요동을 치고 있다.
대통령의 엄중 당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하기로 결정했는데도 파병 반대 목소리를 드높이고 전투병을 파병하면 사퇴하겠다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국가 기밀에 속하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대미(對美)친서가 유출됐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는 국정난맥의 책임을 대통령으로까지 돌렸다.
이 정도면 아노미(무질서 상황)와 혼돈상태(chaotic stat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8개여월 만에 권력 말기에서나 나타날 국기문란과 국정난맥이 발생한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제 노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국가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학(大統領學)의 권위자인 프레드 그린슈타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저서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 '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인성으로 정치력, 통찰력, 인식능력, 의사소통능력, 감성지능 등 5가지를 들었다.그 중에서 감성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닉슨이나 존슨,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뛰어난 정치력과 인식능력 등을 지녔음에도 정치적인 파멸에 이른 것은 자신의 정서를 관리할 수 있는 감성지능에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정책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신임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보겠다고 나선 것은 우리 헌정사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정권을 잡은 지 1년도 안 돼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대통령직을 건 것은 엄청난 도박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력은 일단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또 재신임발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신임에 대한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을보면 통찰력도 만만치 않다.
여소야대정국에서 참여정부의 근간이 되는 도덕성마저 측근 비리로 타격을 받자 이대로는 남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승부수를 띄운 상황인식능력도 만만찮다.
프레드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지도자의 5가지 인성 중 적어도 3가지는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의사소통능력과 감성지능은 어떤가.
여권인 통합신당 일각에서 당과 대통령 사이의 대화 단절과 의사소통 부재가 청와대 독주를 불렀고, 결국 국정의 위기와 재신임 정국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의사소통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야권으로부터 장관 교체를 요구받고 감사원장 임명이 국회에 발목을 잡히자 "못해먹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토로한 것은 정서관리능력도 그리 만족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유명한 설교가이자 목사인 보브 야디안은 '다윗,섬김의 리더십 '이라는 책을 통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이스라엘 왕 다윗의 리더십을 4가지로정리하면서 이 중 '감정을 절제하라 '고충고했다.
국정의 정점인 대통령의 말과 감정의 표현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감정의 절제는 '미학(美學)'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12월 15일 전후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으면 국정 및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두 달여 동안 이같은 국정난맥 양상을 지켜만 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권위는 이미 국민에게 취임선서를 하는 순간 부여받은 것이다. 재신임 여부와 대통령의 권한 수행은 상관관계가 없다. 지금 당장국정 및 인적 쇄신에 나선다고 대통령의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북핵문제에서부터 이라크 추가파병, 칠레 일본과의 FTA 협정 등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지금나라 안팎의 상황은 건곤일척(乾坤一擲)에 국력을 낭비할 만큼 그리 한가하지않다.
이승섭 논설위원 (slee1@heraldm.com)
[기자수첩]노 대통령의 '싱가포르 쇼크'
[싱가포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상하이 쇼크'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 상하이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보고 난 소회였다. 그런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싱가포르 쇼크'를 얘기했다. 싱가포르가 우리와 달리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진국에 오른 것을 보고 감탄한 것이다.
싱가포르 현지 동포간담회에서도 "(한국은) 변화와 제도개혁의 저항을소화하고 극복해야 한다"며 싱가포르의 시스템과 문화를 열심히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 고촉통(吳作棟) 총리, 리센룽(李顯龍) 부총리로 이어지는 싱가포르식 정치 리더십에 대해 부러움을 내비쳤다.
탈권위주의를 주창해온 그가 전제주의에 가까운 싱가포르의 정치문화에외경심을 나타낸 것은 의외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의 정치 현실이 싱가포르와 뚜렷하게 대비된 탓이 아닌가 싶다.
노 대통령은 "한국은 정치적 리더십이 굉장히 취약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한계를 걱정했다. "돌아가서 정책방향을 변화시키려고 해도 그 변화를 추진할 만한 리더십이 제대로 될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는 말도 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강력한 리더십의 국가다. 지금도법을 어기면 곤장형에 처해진다.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부자 나라가된 데는 이런 유교적 전제주의가 깔려 있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리더십 부재가 아니라 공황상태다. 대통령이 이미결정한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이라크 파병문제를 놓고 여태까지 시끄럽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장관이 뒤엎는가 하면, 국무총리가 국정혼선의 책임을 대통령과 측근에게 떠넘기는 상황까지 갔다. 국정공백이니 국정마비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완수 정경부 기자(ws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