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태주 조회수 10391 추천수 15 다운횟수 :316
2002/02/19
돼지와 예수
한 서양인 선교사가 뉴기니에서 선교활동을 헌신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주민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예수에 관해 설명하다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는데,왜냐하면 원주민들의 상징과 의미,
이미지의 세계가 판이하여 좀처럼 '어린 양' 예수를 알아듣지 못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뉴기니인들은 한번도 어린 양을
본적이 없었고 유대인들의 유월절과 다른 희생제의에 사용되었던 어린 양의 의미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선교사들은 고민끝에 '돼지 예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뉴기니와 다른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돼지는 구세주와도 같은 동물입니다. 뉴기니 고산지대에 가보면 돼지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소가 호주에서 들어오기 전까지는 가장 값지고 유익한 가축동물이었습니다. 돼지 사육은 얌이나
타로 밭을 가꾸는 것과 같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결혼과 장례, 축제와 제의에서 돼지가 선물과 희생제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인간을 위한 구세주와도 같은 돼지이며, 조상들을 위한 돼지이기도 하였습니다. 한번은 돼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부녀자를 본적도 있으니 돼지가 얼마나 인간과 더불어 가까이 살았던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지에서도 돼지는 모든 행사에서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큰 행사 때마다 주민들은통돼지를 로보라고 하는 특별한 요리법
(돼지를 각종 나무잎으로 싸고 땅을 파고 돌을 데워 고기를 익히는 방식)으로 맛있게 익혀서 추장에게 바칩니다.
물론 제사장은 고래이빨을 손에 쥐고 무릎을 꿇고 장중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돼지와 양고나를 바칩니다.
주민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고나, 코코넛과 돼지입니다. 실생활에서도 이 세가지가 없이는 살수 없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종교적인 의미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지 주민들은 '코코넛 예수'라고 예수를 설명합니다.
코코넛 나무는 하나도 버리는 것이 없이 인간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열매는 음료와 요리할 때
빠지지 않는 코코넛 즙으로 사용되고 말려서 땔감으로도 씁니다. 커다란 잎은 지붕을 잇고 바구니를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물론 나무는 아주 훌륭한 목재로 각종 도구와 목각을 만드는데 씁니다.
양고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우선 고래이빨과 양고나를 바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십시오.
그리고 뉴기니에서의 환상적인 축제(씽씽 singsing 이라고 합니다) 모습도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