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태주 조회수 1682 추천수 10 다운횟수 :0
2002/04/24
상반된 민족성
피지 섬에는 인도인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다. 모리셔츠나 카리브해 연안의 식민지를 경험했던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도인들과 원주민들은 관계가 좋지 않다. 피지 원주민들은 인도인들이 남의 땅에 노동자로 와서 돌아가지 않고 주인 노릇을 하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인도 사람들이 교활하다고도 하고 돈벌이 밖에 모르며 언제든지 피지인들을 배반하고 음모를 꾸밀 것이라고 경계한다. 반대로 인도인들은 피지인들이 사람을 먹기도 했던 원시인들과 같은 상태에서 살다가 자신들 때문에 이 만큼이나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관광 수입 다음으로 많은 피지의 수입원인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인도인들 자신이 피땀으로 개간하였음을 강조하며 피지인들은 무지하고 미개하며 게으르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두 민족집단간에는 갈등과 긴장관계가 항상 팽배해 있으며, 1987년의 구떼따와 2000년의 구떼따가 모두 인도인들이 피지의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서 발생하였다. 피지인 민족주의자들은 인도인들이 모두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기독교도들인 자신들과 힌두교도들인 인도인들간에는 민족성과 종교, 전통의 차이가 너무 커서 함께 살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민족 갈등의 양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재미있는 현상은 갈등과 분쟁은 서로 상반된 민족성의 차별적 인식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피지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순박하고 전통을 존중하며 예의바르고 남을 속일 줄 모르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인도인들은 피지인들이 미개하고 무지하고 게으른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도인들은 스스로를 지혜롭고 가족을 잘 돌보며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피지인들은 인도인들이 의리가 없고 교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가 연애하면 로망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민족성도 자신과 남의 인식이 전혀 딴 판이다.
이러한 상반된 민족성에 대한 사례는 우리 민족에게도 생각할 꺼리를 준다. 우리는 스스로 근면하고 머리가 좋고 도전적이며 예의도 바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외국인이 보는 우리 민족은 감정적이고 흥분을 잘하며 거칠고 예의를 모르며 약한 자들을 배려할 줄 모르는 집단주의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재로 구한 말 외국인들이 본 조선사회와 우리 민족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 일본인들보다 우수하고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건장하고 용모도 수려하나 일본의 하층민들보다도 예의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