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태주 조회수 1669 추천수 27 다운횟수 :0
2002/03/12
씽씽이란
뉴기니 사람들의 영어를 피진어라고 합니다. 피진어는 본래 800개가 넘은 원주민들의 다양한 부족언어가 식민지 경험으로 영어가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지고, 영어가 부족간의 교통어가 되면서 생겨난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의사소통 영어입니다. 그런데 이 피진어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언어는 원주민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더욱 재미있습니다.
예를들면, 피진 영어에서 은행은 bank가 아니라 haus moni 라고 합니다. 돈이 있는 집이니까요. 문제를 내지요. 원주민들은 병원을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 haus sick 입니다. 아프면 가는 곳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단어는 아주 간단하고 복잡한 어휘가 없습니다. 그래서 축제는 festival 이 아니라 singsing 입니다. 왜 축제를 씽씽이라고 하는가 하면 며칠 밤낮을 노래 부르고 춤추기 때문입니다. 며칠을 먹지도 않고 부아이라고 하는 빈랑나무 열매를 씹으며 노래를 계속 부릅니다. 씽씽은 정말 장관입니다. 현대인들이 어찌 이들의 씽씽을 흉내나 낼 수 있을까요. 환상적인 리듬과 춤과 노래와 장식과 복장과 화려한 색깔들... 호랑나비들의 축제 같기도 하고 외계인들의 퍼레이드 같기도 한 그런 씽씽입니다. 씽씽이 끝나면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집단적이고 의례적인 성행위를 하기도 합니다....지난 번에 올린 사진을 보십시오!
피진어에서는 I, my, me, mine 그런 것도 없습니다. 내가 가면 mi go 입니다. 우리는 we가 아니라 Umi(you me) 입니다. 참으로 쉽고 재미있지요. 그런데 언어는 주민들을 다른 집단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뉴기니 사람들에게는 완똑이 가장 중요합니다. 완똑은 고향사람들을 지칭하는데 one talk, 즉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을 구분하여 완똑이라고 합니다. 완똑이 있으면 아무 것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법 보다 완똑이 더 가깝습니다. 완똑과는 모두 나누어 씁니다. 완똑이 곤경에 처하면 도와주고 대신 보복하여 주기도 합니다. 언어는 뉴기니 사람들에게 경계이고 집단이고 연줄이고 자산이며 언어 이상의 모든 것입니다. 영화 '친구'에서도 부산 사투리 때문에 진정한 친구가 있었고 흥행에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은 문화 다양성이 없는 재미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사라져가는 언어들을 아쉬워하며 문화다양성을 주창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진어는 원주민들의 고유하고 다양하고 화려한 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실과 부족어의 말살 뿐만 아니라 영어로의 언어 통일에 의해 원주민의 생각과 마음까지도 서구에 빼앗기고 있는 안타까운 역사의 또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