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이태주 조회수 724 추천수 6 다운횟수 :0
2002/03/22
진정한 지도자 빅맨을 찾자
멜라네시아의 작은 사회에서 참으로 고귀한 우리시대의 참 지도자를 만날 수 있다. 인류학자들은 이들 소규모의 평등한 사회 지도자를 가리켜 빅맨(bigman)이라고 부른다. 빅맨은 폴리네시아 사회의 추장과 완전히 대비된다.
하와이나 피지, 사모아, 통가와 같은 폴리네시아 사회에서 추장은 절대적 권력을 지닌 봉건사회의 지도자이다. 대추장의 말이 곧 법이고 칼이다. 모든 권력은 추장이 가지고 있고 추장은 살아있는 조상신과 같이 추앙되고 두려워한다. 모든 땅도 나무도 집도 카누도 다 추장이 소유한다. 추장은 수십명의 여자를 거느리기도 하고 신발끈 매는 사람도 따로 있을 정도로 추장의 권력은 신과 같은 정도이다. 추장제 사회는 피라미드와 같이 엄격히 계층화되어 있어서 모든 사람들은 제사장, 전사, 농부, 어부, 목공인들로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다. 물론 추장도 세습되고 추장가계에서만 추장이 나올 수 있다. 간혹 전쟁 영웅이 추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시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처럼 추장의 권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의례도 정교하게 발달하였고 추장 즉위식은 대단하게 치루어진다. 서양인들은 이들 사회를 식민지로 삼기 위해 대추장과 거래하면 되었고, 선교사들도 대추장만 개종시키면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모두 추장을 따라 개종하는 신비의 선교 역사를 맛볼 수 있었다. 추장은 권력이고 땅이고 진리이다.
반면에 뉴기니나 솔로몬군도와 같은 멜라네시아 사회에는 폴리네시아와 같은 추장이 없다. 대신에 참 지도자들이 있다. 주민들은 이들을 빅맨(빅뺄라맨)이라고 하고 '가운데 사람', '중요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빅맨은 반얀(banyan) 나무와 같은 사람이다. 빅맨은 반얀 나무와 같이 숲에서 가장 큰 나무이기 때문에, 먹을 것도 많이 주고 새들이 깃들 곳도 제공하며 뜨거운 태양과 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그런 지도자이다. 무엇보다도 빅맨은 명예를 가장 존중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관용을 베풀기를 즐겨하고 호혜적인 선물 교환을 잘한다. 카사바나 얌, 돼지를 많이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많이 나누어 준다. 빅맨은 부자이지만 베푸는 사람이고 권위가 있으나 민주적인 지도자이다. 빅맨은 추장과 같은 관직으로서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대단하게 즉위하지도 않으며 지배하지 않는 지도자이다. 때문에 빅맨은 승계되지도 않는 지도자이다. 덕이 있고 명예를 존중하고 열심히 일하여 재산도 많고, 용기도 있고, 지혜롭기 때문에, 주민들이 빅맨이라고 부르며 추종하기 때문에 빅맨이 만들어진다. 주민들은 스스로 '빅맨의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부러운 이상적인 사회이고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미래의 참 지도자 상인가? noblesse oblige가 바로 빅맨과 같은 지도자에게 있다. 참으로 민주와 평등과 인권과 명예가 존중되는 사회이다. 부정과 부패와 파벌과 인맥과 권모술수가 만연한 우리사회를 생각하면 참 부러운 사회이다. 이 사회를 서구인들은 껌둥이들이 사는 사회라고 하여 멜라네시아라고 불렀다! 이제 빅맨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