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이 며칠동안 게시판을 달궜다. 급기야는 손석춘에, 김동렬까지 나섰고 조중동이 방방거리며 느닷없는 ‘원로 대우론’을 들고 나온다. 서프라이즈는 이해에 탕을 둔 비판부터 비난과 욕설이 줄을 이었다. 아프지만 그 분에게는 쓴 약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도하 언론들이 김추기경의 발언을 정치면에 배치해 제 맘대로 제목을 뽑았다. 대표적으로 나온 것들이 “행정수도 이전, 선거용인가” “반미, 친북 흐름이 위험하다” “국민참여 0415, 노사모가 주축” 등등. 정확하지는 않다. 귀찮다기보다는 다시 조중동을 뒤지기가 싫은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북한 말들이다. 수구언론들이 주구장창 쏟아내던 아젠다와 맥을 같이 하기에 솔직히, 열도 오른다. 이제 사제직을 은퇴하고 조용히 칩거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왜 저렇게 나서서 정치적 견해랍시고 툭툭 던져 속을 뒤집어 놓는단 말인가.
이런 느낌 속에서도 또 다른 반감이 생긴다. 추기경을 비판 혹은 비난하는 근거가 모두 그 망할 놈의 조중동의 제목과 기사로부터 시작한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당의장과 당직자들이 인사차 들른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멋들어지게 기사화시킨 조중동의 쾌거다. 부모로부터 맞고 자란 아들이, “나는 아버지처럼 안 살거야” 외치던 그 아들이 손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꼴이다.
다시 그 날로 돌아가 보자. 추기경을 예방한 열린우리당 당직자에게 추기경이 어떤 말을 했던가. 팩트를 다시 써보자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아직 국민들이 그 의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총선용이 아닌가. 홍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반미와 친북에 너무 경도하는 것 같다. 나도 부시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지만 반미와 친북정서가 확대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참여 0415가 시민단체가 아닌 노사모가 주축인 단체라면 진정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지 않는가” “북한과의 대화, 지금 잘하고 있지만 대화 테이블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해 준다면 당장이라도 열린우리당을 100% 지지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와 같은 노무현 지지자가 아닌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지극히 보통의 이야기가 갑자기 조중동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변해버렸다. 여기에 다시 사설과 기자메모로 덧칠을 해버렸다. 그런데도, 온통 추기경에 대한 비난 일색이 되었다. 조중동, 신났다. 의도대로 되어 가는 거다. 노무현 지지자가 추기경을 치고, 그 대척점에 서있는 자들은 추기경을 옹호한다. (서프)
문제는 이 언어 희롱의 메커니즘에 저들만이 빠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지지자들도 그 메커니즘에 익숙해져 있다. 비판의 방향이 어디인가. 흘기고 지나갈 일을 웃통 벗고 싸우는 그 용감무쌍은 어디에서 왔는가. 추기경의 그 발언들은 이 시대 노인들의 인식을 표현한 것뿐이다. 오히려 평균적인 그 어르신들의 인식을 넘어 노빠의 인식에 가까이 닿아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프레임에 걸려 들어가고 있다. 추기경의 말은 떠나고, 그 자리에 조중동은 없다. 오로지 추기경이라는 실체 없는 원로(?)만을 세워놓고 너와 내가 분노하고 있다. 앞으로 추기경을 소재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저들이 “약오르지” 할지 정말 약이 오른다. (서프)
신문..그 오해와 진실..
허구와 싸우게 되는 현실입니다 서프에서 이글을 읽고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그림은 조선일보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