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에도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연봉제에 조기퇴직, 비정규직의 확대 등 일반 기업
체의 고용불안에 의해 교직과 공무원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이다.
집사람이 지난 3월부터 경인 교대(인천교대의 새로운 이름)에 학사편입해서 다니고 있다.
요즈음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집에 12시 가까이 돼서 귀가하기 때문에
나는 졸지에 ‘불량주부(?)’ 가 되었다. 퇴근하자마자 일찍 귀가해서 아이들을 돌보아야한다.
간식과 저녁 챙겨주고, ‘윤선생영어’ 교사 오시는 날은 음료수라도 준비해야하고...
사실 집사람이 교직에 꿈을 꾼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자기 말로는 고등학교 다닐 때 나
보다 훨씬 공부를 잘했을 거란다. 반에서 1, 2 등 했다나? 하긴 나야 여러분도 아다시피 우
등생들 속에서 거의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그 말은 사실일 게다.
어쨌든 집사람은 ‘부산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국립사대를 졸업해서 당연히 부산
지역 공립학교에 발령을 기다리던 나의 아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중앙대 사범대 출신 학생이 ‘헌법소원’을 냈는데, 결국 국립대 졸업학생들에게만 공립학교에
발령을 내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내 아내는 교육부 교사 발령 명부에
이름이 등재되어 있었지만, 그 당시 권위적 정권인 노태우 정부하에서 아무런 항변도 못하
고 어릴 때부터 가꾸어온 교직에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 후 나의 아내는 PBS(부산, KBS)방송 리포터 생활을 하며 살다가 나를 만나 결혼을 하
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그런 아내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반정부 시위로 발령을 못 받
았던 사람들이 복권이 되자, 그들 중 원하는 국립사대 출신들이 공립학교 교사로 발령이 난
것이다. 그러자 아내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미발령 교사 발령추진 위원회’ - 약칭(미발추)- 를
결성하고 회비를 갹출하여 모아서 홈피를 만들고, 국회 앞 1 인 시위 등을 꾸준히 한 것이다.
발령 대상은 6000명쯤 되었으나,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아내와 200 여명의 사람들이 적극 활동한 것이다.
5년간에 걸친 투쟁에 결과가 있어, 작년에 국회에서 미발령 교사를 위한 법이 통과되었다.
그 과정이야 정말 눈물겨운 투쟁의 연속이었다. 가정을 가진 주부가 한 겨울에 국회 앞에서
구호가 적힌 글자판을 붙이고 하루 종일 1인 시위를 하기가 쉽겠는가?
아내를 포함한 200여명의 경제적, 신체적 희생으로 15여년 이상 교직에 진출할 수 없었던
6000여 국립 사대 출신들이 교직에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서울 교대’는 편입생을 뽑지 않았으며, 아내는 결국 전공인 중등학교 교사로 발령 받으려면
아직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확실한 길인 경인교대 3학년에 학사 편입
을 지원해 합격을 한 것이다. 물론 국립사대 졸업 후 발령을 못받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글쎄, 아직도 3학년 시작이고, 졸업 후 또 임용고시가 남았지만, 아내는 요즈음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학교에 다닌다. 초등학교 교사 과정이라 피아노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뜀틀도
넘는다. 매트리스에서 앞구르기 뒷구르기.... 내가 등에 파스 붙여 준 것만도 벌써 수 차례...
난, 집사람이 ‘미발추’에 가입할 때부터 소극적 반대였었다. 졸업할 때 받은 상처를 또 받을
까봐였다. 미발추 활동을 시작할 때 지금과 같은 절반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
다. 그러나, 아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기에 적극적 반대는 할 수 없었다.
아내는 지금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나이 38세에 대학생이 되어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학교를
다니면서도 행복해 한다. 전에는 아이들과 내게 짜증이 많았던 아내인데, 몸은 피곤하고 괴
로워도 표정은 항상 밝다. 정년까지 22년 근무하여 연금 수혜자가 되겠다는, 그리고 무엇보
다 평생소원인 교단에 설 기회를 가졌다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귀가해서 내 아들 ‘한글’이 가르치러 오는 윤선생 학습지 교사께
음료수 대접을 해야한다. 아내의 꿈을 위하여, 우리 가정의 미래을 위하여...
2005.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