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요일) 오후 2시에 막내 고모님 막내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장소는 용산 전자 회관 웨딩홀이었다. 당연히 온가족 출동,
일찍 도착해서 피로연 점심부터 해결하고, 결혼식장에 입장.
아뿔사 !!!!!
주례 선생님이 어쩜 '한상준' 형(3회) - 총동문회 회장님(중앙대 교수)하고
똑같이 생겼지 뭐겠냐? 당장 안경의 돋수를 높이기 위해 비스듬히 써보고,
벗어서 비교적 시력이 양호한 왼쪽눈 나안으로 다시 보아도 분명히 상준이
형이었다.
신랑도 동안(童顔)인데, 상준이 형이 웬만한 우리 동기보다 젊어 보이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신부는 한 사람인데 뒤에 신랑이 한 사람
더 있어 둘인 꼴이다.ㅎㅎㅎ
주례사가 끝나고 사진 촬영이 시작 될 때 앞으로 나가서 보니, 상준이 형이
맞았다. 그 때야 내 사촌 동생이 중앙대 물리학과 출신이란 걸 깨달았다.
신부도 상준이 형 제자고. 둘 다 나처럼 교사라나? 신랑은 '남강 중학교'
과학 선생이고, 신부는 '의정부 부용고등학교' 물리 선생님. 축가는 신부의
제자들이 불렀다.
- 아니, 형 여기는 웬일이에요?
- 넌 웬일이냐?
- 나야, 사촌 동생 결혼식 하객이지. 형, 벌써 주례서요?
- 야, 소문내지 말아라.
- .....
- 벌써 한 번 거절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신랑, 신부 모두 제자라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 참, 세상 좁네요. 우리 총회 때(1월 28일, 금요일) 꼭 오세요.
충북 옥천의 찢어지게 가난한 두메 마을에서 막내로 태어나 평생을 고생하신
우리의 막내 고모, 그 아들이 교사가 되고, 그의 은사인 내 고등학교 선배님이
그 녀석의 주례를 서고, 상준이 형과 내가 주례와 하객으로 정말 우연히
만나고, 나도 그 대학을 졸업해 선생이 되어 이 글을 쓰고 있고,
참 좁은 세상, 좋은 인연입니다.
상준이 형, 총동문회 회장으로서 금요일, 우리 총회 때 꼭 오시면 좋겠어요.
한 잔 하자구요. 우리의 얽히고 설킨 좋은 인연을 위하여 !!!!!
2004 .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