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면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그동안
혹자는 이회창, 혹자는 노무현 (그리고 권영길)을 소리 높여 외치고
또 다른 부류는 다들 똑같으니 찍어 줄 놈이 없다는 둥
투표용지 한 장에 딸린 조막만한 권리는
충분히 우려 먹었을 만하다.
이제, 내일이면
승자와 패자,
그리고 다수의 허탈감만이 남을 듯하다.
개나 소나 떠들어 대던 시절에
냉정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한 우리 게시판을 보며
친구 사이엔 미안함이란 없다던
영화 ‘친구’에 나오던 유오성의 대사 한 마디가 생각났다.
원래 동문회라는 것이
술이나 한 잔하며 그냥 부담 없이 쉬었다 가는 ‘서울탱고’ 류의 선술집인지
아니면 서양영화에서 자주 보듯
온갖 가식으로 치장되고 진실성이란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고급 사교파티 같은 것인지
그 또한 아니면, 온갖 세상적인 일에 초월한 근원적 관계로서의 의미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대다수 친구들의 침묵,
그런 가운데서도 여러 차례 소신을 밝히고자 했던 박인호,
또한 그런 인호를 말리던 송준섭,
모두 동문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진중하고 의미 있는 모습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선 같이 필요 이상으로 사람을 광분케 하는 주제가 지나면
(하긴 혹자에게는 신앙과도 같겠지만…)
보다 진지하고 솔직하게 서로의 살아가는 속내를 털어 내어 나누는
동문회요, 게시판으로의 발전이 시도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 대선을 감상하고 정리해 나갔으면 한다.
PS
나는 이번에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안되면 이 땅을 떠날껴